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급격히 고객 혜택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3년 이상 연계·제휴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되레 고객들이 필요한 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기간마다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알짜배기’ 시즌제 체크카드는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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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용카드는 각종 할인 등 제휴 서비스를 한 번 제공하면 3년 이상 고객들에 유지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만약 서비스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 6개월 전에 고객들에 이를 사전 고지해야한다.
금융위의 이번 입법 취지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 차원에서 신용카드뿐 아니라 체크카드와 페이 서비스들에도 관련 규제를 적용, 소비자들의 금융 편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작년 12월에 캐시백 혜택 등을 내건 토스카드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한 사례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은행 및 핀테크사들은 과거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배달앱 수요 증가를 반영해 체크카드에 배달 플랫폼 캐시백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코로나19가 회복세에 접어든 최근에는 학원 수요 증가를 반영해 학원 업종 캐시백 혜택을 추가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에게 필요한 혜택을 선별해 업종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탄력적인 운용이 불가능해지게 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년 혹은 6개월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혜택이 무엇인지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됐는데도 (혜택 설정 당시 이를 예측하지 못해) 비대면 혜택만 잔뜩 제공하면 사실상 고객 편의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금융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키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핀테크 업계는 신용카드와 선불·직불 지급 수단에 대해 ‘동일 기능·동일 규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신용카드 고객들은 연간 수만 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내고 있지만, 체크카드와 페이 서비스들은 연회비 없이 혜택 차원에서 고객들에 각종 제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 신용카드들이 우후죽순 늘었다 단종되는 사례처럼 체크카드와 각종 페이 서비스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금융 고객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규제가 자칫 실질적인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6일 입법 예고를 완료했으며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8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모바일 선불·직불 결제를 하는 핀테크(전자지급수단발행업) 업체는 88개사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법 예고는 마쳤지만 업계 의견 들어온 부분은 계속 협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연내 맞춰서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