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방식으로 처음 진행됐지만, 우려와 달리 오히려 공간적 제약을 넘어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이목이 바이오 산업에 집중되면서 이번 ESMO 2020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이번 ESMO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다양한 임상결과를 내놨다.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리보세라닙’에 관련 논문이 23개 발표됐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해외로 기술 수출한 후보물질의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메드팩토와 이수앱지스는 각각 항암신약 ‘백토서팁’과 ‘ISU104’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리보세라닙,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가능성 확인
먼저 23개의 무더기 임상 결과가 발표된 리보세라닙의 경우, 2건의 3상 임상을 비롯해 다수의 병용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과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타깃인 이레사(Gefitinib)을 병용투여한 3상 임상에서는 1차 평가변수인 PFS(무진행생존기간)이 13.7개월로 이레사를 단독 투여한 대조군 10.2개월 대비 3.5개월가량의 개선효과를 보였다. ORR(객관적 반응률)은 77.7%로 단독 투여(73.7%)보다 높아 병용을 통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요오드 치료에 실패한 갑상선암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에서는 리보세라닙을 투여한 환자의 mPFS(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가 22.21개월, ORR이 54%를 보여, 대조군 mPFS 4.47개월, ORR 2% 대비 월등한 결과를 나타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항서제약 등이 진행한 수백 건의 임상은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권리를 갖고 있는 당사의 가치를 높여줌은 물론 당사가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가는데 귀중한 자료”라며 “‘5년 내 5개의 항암신약 출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티닙 임상 1상, 100% 객관적반응률 `주목`
주목받았던 또 다른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유한양행(000100)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이다. 얀센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EGFR) 돌연변이 소견을 갖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을 병용 투여한 임상 1b결과를 첫 공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기존 항암제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100%의 ORR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투여의 1차 치료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병용투여의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유한양행은 추가적인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128940)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임상 2상의 두 번째 코호트(동일집단)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메드팩토·이수앱지스, 항암신약 결과 공개
메드팩토(235980)는 항암 신약 ‘백토서팁’과 위암 치료제 ‘파클리탁셀’의 병용 임상 1b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 1b상에서는 100mg, 200mg, 300mg 등 3개 용량별로 피험자군을 분류해 백토서팁을 주 5일 투약(2일 휴약)했다. 파클리탁셀은 주 1회 80mg/m2 병용 투여했다. 200mg, 300mg 투약 환자군에서의 mPFS는 5.5개월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에 보고된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의 mPFS가 2.9개월인 것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고무적 결과라는 게 메드팩토의 판단이다.
이수앱지스(086890)는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단백질 ErbB3을 타깃하는 항암 신약 ‘ISU104’의 단독 및 ‘세툭시맙’ 병용 투여 결과를 발표했다. ISU104는 세툭시맙 병용 투여 시 목적반응률(ORR) 36.4%, 질병통제률(DCR) 81.8%로 확인됐다. 병용 투약 환자군에서 완전관해가 관찰됐으며, 투약 중단에 이르는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3상에 참여했던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중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준수한 ‘순응 집단(PPS)’으로 분류된 665명을 대상으로 ‘에이빈시오’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추가적인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11주 및 17주차에 보인 ‘에이빈시오’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최고 전체반응률 위험도 차이(risk difference)는 각각 2.2%(95% CI:-4.6%, 9.1%)와 2.4%(95% CI: -5.1%, 10.0%)였고, 두 의약품 간 유의미한 차이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SCO(미국종양학회)와 함께 ESMO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종양 관련 학회로 많은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발표하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며 “뛰어난 연구결과가 대형 기술수출이나 상업화 등 좋은 결실로 이어져 K-바이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