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列傳]화웨이·샤오미 제친 오포의 비결은

오포, 3분기 中 스마트폰 점유율 17.5%..1위 등극
전통적 소매판매 전략으로 중소도시 집중 공략
'기술 강자' BBK그룹의 지원
  • 등록 2016-11-06 오후 4:04:12

    수정 2016-11-06 오후 4:04:12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최근 발표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결과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또 한번의 놀라움을 안겨다 줬다. 그동안 양강 구도를 형성해 왔던 화웨이(華爲)와 샤오미(小米)가 각각 3위와 4위로 밀려나고 신흥강자로만 분류되던 오포(OPPO)가 1위, 오포의 형제회사인 비보(Vivo)가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또다시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오포는 온라인 중심인 샤오미나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한 화웨이와 전혀 달랐다. 이 업체는 전통적 소매판매 방식에 주목했고 해외업체 기술 베끼기보다 독특한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며 화웨이와 샤오미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렸다.

천밍용 오포 CEO(사진=바이두).
오포의 창업주이자 전문경영인(CEO)인 천밍용(陳明永) 사장은 “휴대폰 다음 시대 역시 휴대폰”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신개념 스마트 기기는 당분간 공허한 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시장이 여전히 장밋빛이고 당분간 이를 대체할 수단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휩쓰는 ‘오포·비보 형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그 거대한 규모와 빠른 성장세 만큼이나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4~5년 전 태동기에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휩쓸었지만 재작년부터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한 샤오미가 돌풍을 일으키더니 작년부터는 화웨이가 기술력을 무기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단숨에 샤오미를 제치고 중국 1위로 올라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3위에 오르며 삼성전자와 애플을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오포는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5%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 오포는 이 기간 중국에서 총 20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9%로 4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짧은 기간 새 나타난 변화하지만 오포의 성공은 결코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IDC는 “수년 전부터 다른 제조업체들이 운영 보조금에 의존해 제품을 판매할 때 오포는 오프라인 채널 위주로 판매 전략을 잡고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와 동시에 고속 충전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으로 시장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시장 여전히 블루오션..‘카메라’에 집중”

지난 2004년 천 사장이 설립한 오포는 MP3 사업으로 시작해 2008년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급변하는 휴대폰 시장에서 천 사장이 견지해 온 경영철학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춤화된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도 몇 년 뒤의 일을 예단할 수 없다”며 “오직 이용자의 요구를 중시하며 이에 발맞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원칙 하에 2011년부터 오포는 전세계에서 가장 얇은 파인더(Finder), 세계 최초로 회전 카메라 탑재, 세계에서 충전이 가장 빠른 VOOC충전기술 등 혁신적인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에서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다른 기업들이 운영 보조금에 의존해 제품을 판매할 때 오포는 오프라인 채널 위주로 판매 전략을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뎠다. 그러던 중 2014년 말부터 보조금 인하 정책이 실시됐고 전통적 오프라인 채널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오포의 잠재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3·4선도시(중소도시)에서 오프라인 판매망을 공격적으로 확충했고 이는 오포 스마트폰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5분 충전으로 두 시간 쓸 수 있다’는 오포의 캐치프레이즈는 이제 중국 전역을 뒤덮는 분위기다.

오포의 스마트폰 ‘R9 시리즈’.
천 사장은 향후 사진촬영 기술로 시장 지위를 더욱 넓혀간다는 각오다. 차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카메라에 집중되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향후 진화된 사진촬영 기술을 탑재하는데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천 사장은 “휴대폰 촬영과 카메라 촬영은 사실 다른 점이 많다”며 “휴대폰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여러 프레임을 얻을 수 있고 일반 카메라가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회사의 오랜 기술 축적이 바탕

국내에서는 1위인 오포보다 2위(점유율 16.7%)를 차지한 비보가 더 잘 알려져 있다.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비보는 오포와 함께 중국 IT·유통 기업인의 BBK그룹의 자회사다. 형제회사인 오포와 비보의 점유율을 합치면 시장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오디오·비디오 전문업체인 BBK그룹은 그간 DV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등을 생산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BBK그룹은 오포를 대중적인 브랜드로, 비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구해 왔다.

중국 시장 1위에 오른 오포는 이제 자신감이 더욱 높아진 분위기다. 당초 8000만대 판매였던 올해 목표도 1억대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 출하량 목표도 1억3000만 이상으로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오포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000만대에 불과했다.

이렇자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3·4선도시에서 성공한 노하우가 1·2선도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오포와 비보의 성공이 “때마침 중소도시에 휴대폰 교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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