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연착륙 유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은행권 내부에서조차 결국 ‘빚을 내 빚을 갚으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 가계부채 연착륙 위한 ‘고육책’..“당장 LTV가 문제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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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지방에서 3억원짜리 집을 장만했을 때 LTV를 적용받아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던 사람의 경우 현재 집값이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LTV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준다. 이때 1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을 뺀 3000만원은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바로 상환해야 하지만 이를 0.5% 정도의 가산금리를 붙여 신용대출로 바꿔주겠다는 얘기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일단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거액의 상환 부담을 덜 수 있고, 은행은 연체율 상승 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은 “지금 당장 LTV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해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만기상환에 대한 압박감이 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급격한 가계부실에 따른 연착륙을 유도키 위해 우리은행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자 입장에서는 뭉칫돈을 일시에 상환하는 것보다 신용대출전환이 나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고름이 살로 바뀌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담보가치나 신용등급이 떨어져 원금을 일부상환한 대출은 1만5000건(3000억원)에 달하며 현재 은행들의 LTV는 평균 48.5%로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는 기준치 50%에 육박했다.
◇ ‘빚 내서 빚 갚으라는 방안’ 효과 있을까
집값 하락→LTV 상승→만기 상환부담→주택 헐값처분→집값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LTV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만기상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값이 올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대출자에게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신용대출전환 방식보다는 (LTV초과분에 대한)원리금분할상환 방식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들은 대출만기가 돌아왔을 때 집값 하락에 따른 LTV 상승을 고려해 건전성을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