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거의 다 잡았던 한국까르푸를 이랜드에게 빼앗기는 하면, 경쟁업체인 신세계(004170)가 월마트 코리아를 인수할 때는 낌새조차 채지 못했다.
특히 롯데쇼핑(023530) 상장으로 3조4000억원의 실탄을 장전해 놓고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당했다는 데 대한 충격도 적지 않다. 이랜드가 자기돈 3000억원만 가지고 1조 7500억원에 한국까르푸를 인수했다는 사실도 롯데로서는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다.
◇1위 뺏기고..주가는 바닥
이번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로 롯데는 유통업체 1위라는 타이틀마저 신세계에 내주게 생겼다.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유통부문 매출은 9조3822억원. 롯데쇼핑과 롯데역사, 롯데미도파 등 롯데그룹의 유통계열사 매출 9조8946억원에 비해 5000억원 가량 뒤지는 금액이다.
하지만 월마트 인수로 얘기가 달라졌다. 월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217억원. 신세계 매출과 월마트 코리아의 매출을 더하면 10조2039억원으로 롯데에 3000억원 가량 앞서게 된다.
신세계는 이 기세를 몰아 유통업계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막강해진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할인점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 진출을 가속화해 롯데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롯데만의 `마이 웨이`..재역전 가능할까
롯데는 일단 현재 벌려놓은 사업에 우선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오는 12월 미아점과 러시아 모스크바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베트남 할인점 진출 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롯데 관계자는 "베트남은 소매시장 뿐만아니라 아웃소싱 기지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업계에서는 또 롯데가 지방백화점 및 소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M&A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는 이미 청주 백화점 인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유통시장의 포화로 신규출점이 힘들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업체 인수는 롯데로서 당면과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부지 확보가 힘들어 지고 해당 지역 주민 반발로 인허가 과정이 어려워 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에 있는 중소 백화점이나 할인점 인수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화점이든 할인점이든 우선 인수를 한뒤 자사 입맛에 맞게 다른 유통업태로 변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까르푸 인수에 실패한 롯데가 정유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에쓰오일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미 자사주 28.4%(3198만주)를 매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