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세형기자] "엑세스텔레콤은 저 이전에도 창투사와 투자자문사들이 M&A를 시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봐서는 모양이 나오질 않아 모두 포기했죠. 저는 사업 내용을 보고 M&A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올초 새로 대표이사가 된 서춘길 대표의 말처럼
엑세스텔레콤(036630)은 그동안 신통치 않은 기업이었다. 지난 99년 공중전화기 사업을 주력으로 코스닥 시장에 들어왔으나 전화기가 휴대폰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만나 고생했다. 공중전화기 사업이 별볼일 없게 돼 버렸고 이에 여러가지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업종 전환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실적과 경영진 교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001년 8월 처음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올해 2월 서춘길 대표이사가 들어올 때까지 대주주 변경은 세 차례가 더 있었다. 실적도 지난 2000년 4200만원 적자이후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104억원의 적자를 기록,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실적은 물론 코스닥시장에서 대주주가 자주 바뀌다 결국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감안할 때 엑세스텔레콤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만한 기업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결산 결과 자본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나타나 M&A가 없었더라면 지금은 코스닥에서 볼 수 없는 기업이 될 뻔했다.
서 사장은 정통부 산하 한국무선관리사업단 출신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난 97년초 인텔링스를 설립, 창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아이디어를 내도 가벼운 포상이나 칭찬만 해주지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가 싫었다고 한다.
이동통신 기지국 설계 시뮬레이션 등 각종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력으로 인텔링스를 키워 왔으며 지난 2002년 GPS단말기 개발에도 성공, 하드웨어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GPS 단말기 개발에 적극 나섰던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흑자를 냈는 데 개발도 헛되지 않아 현재 인텔링스는 국내 GPS단말기의 60∼70%의 시장을 점유하는 등 GPS 선도 기업으로 커 있다. 삼보컴퓨터가 내놓을 PDA단말기에 GPS모듈을 공급할 예정이고 현대모비스에도 GPS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147% 많은 313억원 매출에 25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냈다.
엑세스텔레콤은 지난 2001년부터 WLL-CDMA폰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연구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 퇴출 문턱까지 갔던 것이고. 서 사장은 그러나 사업 성과가 나려 하고 있었기에 그동안 쌓여 왔던 적자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고 판단, M&A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엑세스텔레콤이 개발판매하고 있는 WLL-CDMA폰은 모양은 우리네 가정에 있는 유선전화기와 같으나 무선 전화기처럼 선이 없이 사용하는 전화기다. 선진국보다는 중진국 이하에서 그리고 특히 영토가 넓고 산업기반이 잘 닦여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 쓰인다. 즉, 유선망이나 무선 기지국을 전국토에 거미줄처럼 깔기에는 비용이 버거운 곳에서 쓰이는 데 기지국 반경 5킬로미터 안에서 무선전화처럼 쓸 수 있다.
"기존 남미 몇 개국과 동남아에 머물던 수출선이 최근 들어 미국이나 중국, 동구권, 심지어 아프리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저희가 15% 가량을 차지했던 WLL-CDMA폰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1200억∼1500억원. 올해는 각 나라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계획을 근거로 추산한 결과,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다섯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엑세스텔레콤은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한 56억원을 기록했다. 또 만년 적자였던 영업이익도 2억50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무려 5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기도 하다. 2분기에는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 전체로는 350억∼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5년만의 영업흑자에는 그의 재무구조 강화 노력이 큰 기여를 했다. 자신은 물론 다른 투자자들과 증자 형태로 회사에 76억원을 투입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증자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해 이자 부담을 완화했고 회사의 유동성도 크게 확충했다. 그는 "현재 회사가 60억원대의 유동성을 보유,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토대는 마련했다"고 말했다.
엑세스텔레콤을 인수한 데에는 인텔링스와의 사업 협력의 필요성도 있었다. 서 사장은 인텔링스의 주력 제품인 GPS단말기 사업에 CDMA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가 올해 하반기 시작할 위치기반서비스(LBS, Location Based Service)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LBS에서 고객은 어느 곳을 지나가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고 사업자는 특정 지역에 위치한 잠재고객들을 상대로 정보를 전송, 마케팅에 나설수도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주고 받는게 필요한 데 저희가 가진 GPS기술은 자신이 어디 있는 지만 알 수 있습니다. 통신이 가능한 CDMA 기술이 접목되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 지게 됩니다."
또 그동안 엑세스텔레콤은 해외에서만, 반면 인텔링스는 국내에서만 영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영업상 시너지도 충분할 것으로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인텔링스의 GPS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엑세스텔레콤의 해외 영업 노하우를 적극활용한다는 것이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인텔링스도 올해 매출이 500억원이상에 60억원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의 엑세스텔레콤에 대한 기억은 빨리 잊어 주세요. 올해 완전 정상화를 이루고 내년부터는 CDMA폰뿐만 아니라 다른 CDMA 관련 사업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겠습니다"
◇서춘길 대표이사 약력
62년생
96년 광운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 졸업
99년 광운대학교 대학원 박사수료
89∼91년 군산어업무선국
91∼96년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
97년∼ 인텔링스 대표이사 취임
04년 3월 엑세스텔레콤 대표이사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