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인플레 전쟁 승리선언, 시기상조"

내년 금리 인하론에 경계 메시지
"인플레 목표 달성 못하면 다시 긴축할 수도"
  • 등록 2023-11-22 오전 11:33:36

    수정 2023-11-22 오전 11:33:36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부터 ECB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시장 전망에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독일 재무부가 베를린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지금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연간 2%)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까진 계속 주의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면 다시 (긴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안정되는 걸 보고서야 긴축 사이클을 끝낼 수 있다는 의중을 비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시장에선 ECB가 이르면 내년 4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향하고 있는 데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부양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0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ECB는 지난달 연 4.5%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단기적인 진전을 보고 섣부르게 결론을 내선 안 된다”며 시장 기대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기저효과로 인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향 후 몇 달 안에 다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라가르드 중앙은행장 외에도 최근 유럽 각국 중앙은행장과 ECB 주요인사들은 ‘긴축 종료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CB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파)로 꼽히는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강연에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2.9%(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서 2.0%로 낮추려면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파인 피에르 분쉬 ECB 통화정책위원(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도 전날 “현재 시장은 낙관적이어서 우리가 추가 금리 인상을 하거나 오랫동안 4%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하며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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