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파란불로 도배된 전광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집에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들여다보다 참다못해 뛰쳐나온 고객들과, 계속 전화를 해대는 투자자들로 증권사 영업점은 태풍이 휩쓸고 간 듯했다.
영업점 앞에서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투자자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여유자금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미 마음을 비운 듯 전화조차 들지 않는다. 빠질만큼 빠지면 언젠가 오르겠거니 하는 심정으로 마냥 지켜볼 뿐이다.
신용매매로 주식을 샀다가 반대매매로 빚더미에 앉게 된 고객들이 주로 전화통을 붙잡고 하소연을 쏟아낸다. ELS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 고객들 역시 손실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불안해하고 있다.
대우증권 개봉지점의 K과장은 아침부터 단골 고객들에게 안부(?) 전화를 거느라 점심마저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때웠다.
K과장은 "혼자만 빠지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격하게 화를 내는 고객들은 별로 없다. 나이든 어르신들 중에 간혹 뒤늦게 주가가 폭락한 걸 알고 화를 내는 분들이 있어 미리 전화를 걸어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광화문지점에서는 아침부터 팔아달라는 고객들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금을 갖고 있는 투자자로부터 매수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창 교보증권 광화문지점장은 "개인 고객들은 현재 시장상황에 대해 두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현금을 갖고 있는 투자자나 전문 투자자들, 일임매매를 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경우 지금 팔기보다는 지켜보자는 입장이 많다"면서 "증시 주변에 대기자금이 아직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이지 시장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금을 들고 있는 고객들은 매수타이밍을 재는데 여념이 없다. 주로 강남지역 등 부촌에 거주하는 자산가들이다.
이순남 대신증권 강남지점장은 "현금 매매 투자자들은 대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라며 "오히려 추가 매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라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표성진 미래에셋 압구정 지점 차장은 "매도 문의 전화는 거의 없다"면서 "악화되고 혼란스러운 장 때문에 아침 부터 걱정은 많았지만 100포인트 넘게 빠지는 급락장에서도 매도에 동참하기 보다는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