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분석)지루한 박스권..`은행채`라는 복병

  • 등록 2002-09-27 오후 5:57:09

    수정 2002-09-27 오후 5:57:09

[edaily 정명수기자] 이번주(23~27일) 채권시장은 짧은 추석 연휴의 후유증을 해소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정중동의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국고3년은 5.2%와 5.3%의 좁은 채널을 넘나들며 변동폭은 크지 않았지만, 시장참가자들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IMF 연차 총회로 향하기 직전, 박승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으로 시장을 흔들어 놨다. 26일 금통위에서는 총액대출한도를 2조원 줄이기도 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치와 경제 상황, 국내 시장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유동성 과잉문제가 정면 충돌한 한주였다.

◇금리인상 의견 분분
박승 총재는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과 함께 대외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행동이 옮기지 못하는 심정을 밝혔다. 박 총재의 코멘트 한마디 한마디에 국채선물 가격이 춤을 췄지만, 수익률은 결국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다.

금통위가 총액대출한도를 줄였을 때도 시장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인데다가 금리변동 없은 유동성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시장 일각에서는 총액대출한도 축소를 10월 콜금리 인상의 전조로 해석했지만, IMF총회에서 돌아온 박 총재가 보게 될 우리나라 경제나,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즉, 콜금리 인상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미소짓는 국고5년
유통시장이 박 총재의 코멘트로 떠들썩할 때도 국고5년물을 꾸준히 사들이는 기관들이 나타났다.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고5년 매수는 `커브 플래트닝` 전망에 근거한 것.

단기채는 콜금리 논쟁과 은행채 발행 등으로 매력이 덜하지만, 앞으로 펀더멘털이나 물가 압력이 장기채에 유리하다고 생각한 기관들이 국고5년 2-8호나 1-10호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스왑뱅크들의 대고객 딜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리스왑(IRS) 시장에는 장기물 레이트 하락이 두드러진다. IRS 1년 등 단기물은 CD 레이트에 막혀 추가 하락에 제한을 받았다. 반면 IRS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하락 압력이 컸다.

그러나 수익률이 박스권 위쪽으로 급반전할 때 장기채에서 오는 손실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스권을 위협하는 제1요소는 바로 `은행채`다.

◇`은행채`라는 복병
추석전부터 발행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단기 은행채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은행채가 단기 수익률을 가로막고, 수급에도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한은이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자, 다음달초 자금이 빠듯해질 것에 대비해 발행을 서두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별로 움직이지 않던 CD 금리마저 상승, 금리스왑(IRS) 1년물 레이트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은행채 증가->수급 불균형->단기 수익률 압박->장기 수익률 정체 또는 상승"의 시나리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총액대출한도가 축소되더라도 콜금리를 인상하지 않는한 부족 자금은 공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채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투덜투덜 대면서도 은행채를 가져 가는 것도 `마르지 않는 수급`을 반증한다는 것.

IMF 총회에서 돌아오는 박승 총재가 10월10일 어떤 논리로 금통위의 회의 결과를 설명할 것인지 기대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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