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테러 위협, 기업의 분식회계문제 및 실적경고 소비자신뢰지수 하락 등 다양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도 증시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25일(현지시간) 1423.99엔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9.11테러 충격으로 기록했던 저점 1423.19마저 깨뜨릴 태세다. 다우존스 및 S&P500지수도 지난해 9월 저점에 바짝 다가서 있다.
지금 투자자들의 모든 관심은 "미국 증시는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증시가 언제쯤 반등할 것인가"에 쏠려 있는 듯 하다. 월가 주변에서 이에 대해 희망적인 메세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CNN머니 등 현지 언론들도 "확실한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승추세로의 반전은 어렵다"고 보도하고 있다.
◇주가하락의 근본원인은 "신뢰의 위기"
26일 CNN머니는 최근 주가하락이 펀더멘탈보다는 투자심리의 공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제프 소트는 "주가가 3년연속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시장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렇다고 제프 소트가 극단적인 비관론자는 아니다. 그는 오히려 비록 단기간일지라도 향후 몇 주안에 증시가 강력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믿고 있다. 소트는 "문제는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주가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며 "투자자들은 추가테러를 걱정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며 이를 주가로 측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트릴로지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스털링은 "전문투자자들조차 예상가능한 펀더멘탈 분석보다는 루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4일자에서 이 같은 현상을 "신뢰의 위기"라고 명명했다. 투자자들은 테러와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증시는 지난해 9월 테러로 인한 패닉이 발생했던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는 테러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뮤추얼펀드 그룹인 스테이트스트리트리서치의 CIO 제임스 M. 웨이스는 "지금의 상황이 911테러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실적치에 대해 믿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웨이스는 "시장을 이러한 심리공황상태에서 구출하는데는 수주간이 걸릴수도 있고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단기간에 이런 중병을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은 없다"고 덧붙였다.
뮤추얼펀드 그룹인 화델앤리드 오버랜드파크의 헨리 허만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엔론의 붕괴와 기업 분식회계문제를 지난해 9월이후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고 있다. 허만은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치가 믿을만하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증시에 신규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이 주가반전 이끌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올해 여름이나 가을쯤 증시가 상승반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일단 반등에 성공하면 올해들어 기록한 낙폭을 극복하고 추가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테러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업실적도 호전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PNC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제프리 클라인톱은 그 시기를 조금 늦춰 잡고 있다. 그는 "4분기가 되면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며 "기업활동이 크게 호전되고 테러와의 전쟁도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인톱은 그러나 "지금은 주식 투자비중을 늘릴 최적의 시기가 아니다"고 말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CBS마켓워치는 23일자에서 최근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나 시장의 관심은 이미 하반기 실적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전년대비 2%가량 증가해 2000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내셜/퍼스트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악화 전망과 실적호전 전망의 비율은 1.1대 1을 기록, 일년전의 3.7대 1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의 실적전망은 더욱 낙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주들의 2분기 이익이 전년대비 28% 증가하고 3분기에는 무려 122%, 4분기에도 68%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의 리서치애널리스트 켄 퍼킨스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다소 하향조정될 것이며 기술주들의 실적경고가 계속된다면 하향조정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3~4분기 이익 전망치들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우선 이익전망치들은 영업권에 대한 회계원칙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이 평균 2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 재무회계기준심의위원회(FASB)가 영업권 상각제도를 폐지할 경우 이 수치는 20%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소비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수요는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으나 최근 경제지표들은 소비수요가 더 이상 경제의 버팀목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기업실적도 낙관하기 힘들어 진다.
◇기술주가 살아야 증시가 산다
최근 증시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기술주들이지만 증시반등의 열쇠 역시 기술주가 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자 칼럼을 통해 "기술주들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증시가 강세장으로 복귀한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기술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엔진"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주의 대표주자중 하나인 시스코의 주가는 2000년 3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80%이상 빠졌다. 그러나 시스코는 여전히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종목이다. 인텔 퀄컴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오라클 아이비엠 등 다른 기술주들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톱 10"에 단골손님이다.
헤이즈어드바이저리서비스의 사장 돈 헤이즈는 "최근 증시하락의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지출의 감소는 결국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이즈는 "경제는 과거 10년동안 기술에 의해 성장했고 향후 10년동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증시를 강세장으로 이끄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기술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현재 기술주라고 부르는 종목들이 앞으로도 기술주가 될 수 있을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1980년대에는 왕 워드프로세서를 기술주라고 생각했다. 또 아마존은 인터넷붐을 타고 기술주로 불리웠으나 지금은 그저 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매업체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도 기술주의 교체시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90년대말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델컴퓨터 등이 기술주의 대명사로 꼽히며 시장을 선도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시스코와 델을 그저 대규모 제조업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존행콕 테크놀로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 마크 클리는 "기술은 끊임없어 변하고 수명주기는 짧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기술주가 다음 강세장을 이끌 수 있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현재 기술주의 상징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아닌 전혀 다른 기술주들이 등장해 시장의 선도주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설명이다. 차기 기술주는 바이오메트릭스나 보안관련 기술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이전에 현재 기술주에 대한 재평가는 통과의례상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U.S.뱅코프 파이퍼제프리의 투자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잃고 있으며 이는 시장에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가가 상승반전하기 위해서는 기술주의 투매와 같은 확실한 바닥찍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기술주에 대한 투자열풍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시장은 체력을 회복할 수 없다"며 "또한 기술주가 살아나기 전까지 증시는 상승반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