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월가 달래기…“자본이득세율 최고 28% 제한"

바이든 제시한 최고 44.6%→최고 33%로 완화 약속
자본이득 세율 20%→28%…투자소득 세율은 5% 유지
월가 부유층 겨냥…TV토론前 바이든·트럼프와 차별화
"여전히 1978년 이후 최고 수준…투자 위축시킬수도"
  • 등록 2024-09-05 오전 10:21:58

    수정 2024-09-05 오전 10:33:2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유층을 겨냥해 제시했던 자본이득 최고세율 인상과 관련, 인상폭 완화를 약속했다. 월가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노스햄프턴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의 한 양조장에서 진행한 유세 연설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자본이득 세율 상한을 최고 28%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제시한 세금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부과되는 장기 자본이득 세율은 최고 23.8%다.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얻은 이익에 대한 20%와 투자소득 이익에 대한 3.8%를 합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목 자본이득 세율을 39.6%로 인상하고, 투자소득 세율도 기존 3.8%에서 5%로 높여 최고 세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4.6%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투자를 장려하겠다는 취지 아래 자본이득 세율이 소득 세율에 비해 낮게 책정돼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자본이득에도 일반소득과 거의 같은 세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자본이득 세율을 최고 28%로 제한하겠다고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다만 투자소득 세율은 바이든 대통령의 5% 인상 방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최고 세율은 33%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과 비교해 11.6%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혁신가, 창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에 보상하는 세율로 자본이득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가 투자를 장려했을 때 광범위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억만장자들에게 엄청난 세금 감면을 제공하고, 기록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동안에도 법인세를 1조달러 이상 인하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FT는 월가의 부유한 투자자들을 겨냥한 조치로,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 공약을 내놓는 동시에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중소기업의 자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세제 공약은 올해 미 대선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양측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오는 10일 TV 토론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자본이득 세율이 최고 33%로 낮아지더라도 197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내놓은 다른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세수를 더욱 줄이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려면 의회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이 11월 상·하원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한다면 세제 공약이 실현될 수 없다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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