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제도권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선물이 현물에 비해 심각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매도세력들의 쏠림이 강한 탓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미 가격 바닥을 확인하고 있는 비트코인시장이라도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루노(Luno)는 CME와 아케인리서치 등의 데이터를 인용, 비트코인선물이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루노에 따르면 비트코인선물이 백워데이션 상황을 기록한 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9월 한 달 간 월간으로 백워데이션을 기록한 건 2019년 5월 비트코인선물이 CME에 상장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현물과 선물 가격을 비교할 때는 선물 가격이 더 비싼 게 정상적이다. 또 선물도 근월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더 비싸야 한다.
선물은 만기가 되는 미래에 해당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지금 미리 계약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인 만큼, 지금 현물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할 때 들어가는 이자나 창고료, 보험료 등 추가 비용을 선물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런 비용 만큼 선물 가격은 현물보다 높아지게 된다. 또 선물은 현물과 달리, 미래 가격에 베팅하는 것인 만큼 만기까지의 가격 불확실성을 감안해 추가적인 프리미엄(=웃돈)을 받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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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비트코인선물시장에서는 현물보다 선물 가격이 더 낮아져 있는데, 선물 중에서도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더 싸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선물을 매도하는 쪽이 더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이 당장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렌트 크시스 CEC캐피탈 가상자산 트레이딩 자문역은 “비트코인선물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이 많다는 뜻이면서도 비트코인 현물을 가진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에 대비해 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선물을 동시에 매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에 이런 패턴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봤다.
특히 일각에서는 개인 선물 투자자들은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반면 CME 비트코인선물은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거래하는 만큼, 비트코인선물 백워데이션은 기관투자가들이 이 시장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국 이는 기관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크시스 자문역은 “일단 내년 이전까지 시장에서 상승랠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호재나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좀더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비트코인선물시장에서 매도 쏠림이 많은 만큼 호재가 나올 경우 매도가 숏커버링으로 바뀌면서 시세 분출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