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시험발사 직후 우리가 개발하는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북한 위협에 대한 억제력 확보 차원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가 끝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지시했다. 이에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제의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에 동의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한·미간 미사일지침은 지난 1979년 미국의 미사일 관련 기술을 수입하면서 맺은 것이 시초다. 당시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지원을 받는 대신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기로 하는 한미 미사일 개발에 관한 자율규제 지침에 합의했다. 이 지침은 지난 2012년까지 10년에 한 번꼴로 총 3번의 개정이 이뤄졌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지침은 2012년 10월 개정한 버전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사일 사거리를 기존 300km 이하에서 800㎞까지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거리 300km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2톤까지 가능하다. 500km 성능의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1톤,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된다.
우리 군은 현재 사거리 800km의 현무-2C 탄도미사일의 전력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이 아닌 중부 이남 지역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하지만 탄두 중량이 500kg 밖에 되지 않아 파괴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거리를 1000km로 늘릴 경우 제주도에서도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도 사정권에 들어가 주변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북한 지하벙커 등 주요시설을 우리 탄도미사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탄두 중량이 500kg인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지만 탄두 중량이 1톤(t)으로 늘어날 경우 지하 10여m 깊이에 구축된 북한 전쟁지휘부 시설이나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800km 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1톤으로 늘어날 경우 트레이드 오프 방식에 따라 500km 미사일은 1.5톤, 300km 미사일은 2톤 이상으로 각각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미 29일 오전 5시 45분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현무’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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