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돼 다시 정치권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손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만약 총선 전후로 정계에 복귀한다면 다산이 백성들을 위해 모색하고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 전 대표는 귀국 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 현실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우물에 빠진 정치와 같다”며 “정말 새 판을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창비 50주년 축사를 통해 유난히 국민과 민족, 민주와 통일을 강조했다. 정치권 새 판짜기의 목적이 국민과 민족에 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고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손 전 대표는 “독자가 없는 문학이 존재할 수 없듯이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며 “풀뿌리 민중이 하나로 뭉쳐 남북 하나되고 동아시아 민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비 정신을 치켜세웠다. 손 전 대표는 “창비는 우리의 힘이었다.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무기였다. 창비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장식품으로도 위력을 다했다. 창비를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을 회고했다.
민주화의 역사와 평화통일도 창비에 있었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창비는 분단체제론의 모태였다. 평화와 통일이 거기 있었다. 복합국가체제, 국가연합 모색, 사회구성체 논쟁도 여기 있었다. 민주화의 역사였다. 운동성의 회복과 민주주의의 성찰이 역기에 있었다. 문학과 역사와 사회가 하나의 유기물로 파악되었다”며 거듭 창비 정신에 의미를 부여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다고 하는 지금도 창비 정신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이러한 창비의 정신은 오늘도 그대로 유효하다. 민족은 끊을 수 없는 동력의 원천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염원이다. 통일은 평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정으로써의 통일을 얘기한 것으로 남북간에 평화공존을 구축하는 것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첩경이라는 의미이다.
▶ 관련기사 ◀
☞ 설 맞아 상경한 손학규, 대북 전문가 만나 해법 모색?
☞ 방러 손학규, 박근혜정부 통일대박론·5자회담 제안 비판
☞ 손학규 정동영, 더민주·국민의당 중 누구 손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