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넥스, '빛좋은 개살구' 만들면 안된다

  • 등록 2013-07-31 오후 3:26:39

    수정 2013-07-31 오후 3:26:39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창조경제의 마중물’, ‘창조경제의 아이콘’ 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문을 연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가 출범 한 달째를 맞았다. 하지만 개장 전후의 높은 기대와 달리 코넥스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우려 일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거래 규모는 평균 1억~3억원대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도 일부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고자 하는 코넥스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모습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단순히 지금까지의 거래 추이만 가지고 코넥스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상장 종목 수는 아직 21개에 불과하고, 이들은 코스피나 코스닥처럼 공모 청약을 거쳐 상장된 것도 아니다. 코넥스 시장 자체가 전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활성화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해도 현재 거래량은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야심차게 코넥스 개장을 추진한 정부 역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엿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코넥스의 운용 실태를 점검하고 업계의 반응을 살핀 것도 이를 방증한다.

벌써 일부 코넥스 상장사는 코스닥 이전 상장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코넥스가 중소·벤처기업들의 인큐베이터로서,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다지만 코넥스 상장사들이 개장 초기부터 이전 상장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코넥스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선 결국 당국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을 운영하겠다면 연기금과 같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 거래를 늘려 기업들에 대한 단기 유동성 공급을 늘리려면 개인 투자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상장·감시기준의 불가피한 상향 조정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지만 코넥스의 출범 목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소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50개 기업이 코넥스에 상장돼 전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에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자세만 취한다면 목표 달성은커녕 코넥스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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