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원다연 기자]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의 종목선정 방식이나 투자전략 등을 이전보다 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 완화를 검토할 방침이다. ‘좀비ETF(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ETF)’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미 상장된 ETF에 대해 자산 구성방법이나 투자 전략 등을 수정할 수 있도록 관련 세부기준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ETF를 이전보다 쉽게 ‘리노베이션’을 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현행 규정상 이미 상장된 ETF는 △주된 종목 선정 방식과 투자 전략 유지 △기초자산 분류와 섹터 등 투자 전략 유형 유지 △주된 투자 비중 결정 방식 유지 등 세부 요건을 지켜야 한다. 이를테면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섹터를 분리 혹은 병합하거나 모멘텀 투자 전략을 내재가치 투자전략 등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하다. 불가피하게 변경할 경우, 따로 당국에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당국이 이같이 문턱을 높인 이유는 투자자들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완화되면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이전보다 쉽게 자산구성 방법이나 지수 기본 전략 등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등 업계의 여러 애로사항 중 하나였고,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에 대해선 심도있게 이야기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향후 관련 업계 등과 깊게 소통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TF 리노베이션에 대한 세부 기준이 완화되면 최근 포화하고 있는 ETF 시장이 ‘슬림’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운용사가 변화무쌍한 시장에 맞춰 새로운 ETF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기존에 상장된 ETF 상품을 현재 시장 변화에 맞게 매력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경제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좀비ETF도 살릴 수 있다. 시장 흐름에 뒤처진 ETF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864개이다. 이 중 하루 평균 ETF 거래대금이 1억원도 되지 않는 ETF는 200여개 수준이다. 전체 약 20%가 거의 거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시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고, 운용사 입장에서도 거래되지 않는 ETF를 쉽고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좀비 ETF를 변경·개선할 수 있는 길이 이전보다 활짝 열리게 되면, 낭비되는 잉여 자원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