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6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두번째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이 지난 2019년 처음 이 의혹을 포착했을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피의자로 전환됐지만 검찰의 소환 통보에 계속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대신 그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수사외압이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항변하고 있다. 검찰에서 할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의문이지만 입장문 내용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입장문에서 “공수처법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본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검장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를 위해 위조 공문서를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원 검사도 동일한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법 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법 혐의는 공수처 이첩 대상이 된다. 다만 아직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만 있을 뿐 수사팀 검사들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제대로 된 수사팀을 구성하려면 족히 두달은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이 지검장이나 이 검사의 사건 이첩 요구는 시간 끌기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나 채널A 검언유착 등 의혹 수사에서 정권의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자신이 직접 수사를 받게되자 공수처 이첩을 요구하며 빠져나가려는 모습이다.
검찰 진술서 내용을 공개하고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구하는 이 지검장을 보면 ‘급했구나’라는 인상이 풍긴다. 만약 혐의가 사실무근이라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 조직에서 떳떳이 소명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피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있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