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협상, 쳇바퀴처럼 돌고 돌아 원점

정개특위 간사 이번주중 접촉 재개, 여야 입장 평행선
여당 “지역구 246석 하던지, 비례대표 축소 중 선택”
야당 “여당에 다 양보했다. 먼저 협상안 제시해야”
  • 등록 2015-11-15 오후 5:31:24

    수정 2015-11-15 오후 5:33:19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타결 직전까지 갔다 무위에 그친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 협상이 이번주 중에 재개될 전망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까지 참여한 4+4 회동에서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여야는 냉각기를 가진 후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만나 선거구 획정안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지난주 4+4 회동에서 여야는 농어촌 지역구 감소 최소화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7석 줄여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리고 사표 방지와 표의 등가성 제고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50% 적용하는 이병석 정개특위 중재안을 도입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신 여당이 주장해왔던 국회 선진화법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서 이병석 중재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 결렬 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양당이 서로 뜻을 달리하는 부분은 포기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가지고 선거구획정을 빨리 해야 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연령 하향, 투표시간 연장 등은 우리 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합의할 수 있는) 선은 의원정수는 300명 선 안에서, 농·산·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해서 늘어나는 지역구 수만큼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여야가 합의하기 어려운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은 접어두고 의원정수 유지와 비례대표 축소, 지역구수 확대 범위 내에서 획정안을 만들자는 얘기다.

선택의 수는 두 가지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현행대로 246석:54석으로 유지한 채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해 도시지역 분구를 줄여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거나, 아니면 비례대표를 3석 가량 줄여 농어촌 지역구를 포함한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는 경우다.

그런데 이같은 방안은 정문헌 전 정개특위 여당 간사와 김태년 야당 간사가 4개월 전 제시했던 의원정수 300석 유지와 현 공직선거법에 근거한 지역구수 획정 기준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검토했던 지역구수 246~249석 안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246석으로 가던지, 비례대표를 줄여 좀 늘리던지) 그 선택을 야당이 빨리 해야 한다. 여당 입장에서는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다. 안 줄이면 복잡하고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여당에서 현행 기준대로 하자고 하자,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개월 전에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합의했던 현행법에 근거한 선거구 획정을 여당이 뒤집어 새롭게 협상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현행대로 하자고 하면 그동안 노력은 뭐가 되느냐는 것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도저도 안돼서 그때 현행을 기준으로 하자고 합의했다.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 또 현행을 얘기하면, 도대체 저쪽은 뭘 진전 시킬려는 의지가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4+4 회동도 여당이 하자고 했다. 테이블을 마련했으면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야지. 눈 꼽 만큼도 조금이라도 불리할 것 같으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자기네 대표가 한 얘기는 어지간하면 받아줘야지, 그것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주중 정개특위 간사간 접촉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여당에서 협상안을 제시해야 실질적인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4+4 회동에서 비례대표 축소와 이병석 위원장 중재안에다가 국회선진화법 개정 검토까지 양보한 만큼,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여당) 당대표까지 하자고 했던 안을 최고위원회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니까 새로운 안을 저쪽에서 내야 하는 것 아니냐. 여당이 원하는 것 다 받아줬는데, 야당이 뭘 더 양보할 수 있겠어요. (여당이 현행대로 하거나 비례대표만 줄이자고 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거다. (여당 간사를) 만나서 얘기할 거리가 있으려면 먼저 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다음달 1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여야는 늦어도 12월초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의 실무준비를 감안할 때, 여야가 이달말까지 의원정수와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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