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개성공단 회담 이후 강력한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12일), `대북압박`에 초점을 맞춘 한미 정상회담(16일) 등 여러 정황이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 반발한 북한이 개성공단 철수 수순 밟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남북 긴장 고조...신경전장 되나
한미 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이번 회담은 1차적으로 지난 회담에서 제기됐던 요구에 대해 양측이 각각 검토한 결과를 통보하는 자리 정도로 예상했었다. 11일 열린 회담에서 남측은 억류 근로자 유 모씨 석방을, 북측은 근로자 임금 인상 및 토지임대료 인상 등을 중점 요구 사항으로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선박봉쇄, 금융제재 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담은 유엔결의안이 지난 1차 회담 직후 통과된 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차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개성공단 협상에 대한 일종의`가이드라인`을 던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민족간 문제를 밖에 나가서 떠들었다`고 비난하거나, `결국 개성공단에 의지가 없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며 회담을 공전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3일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북측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난에 대해 "6.15를 전면 부정하는 대결분자들의 비열한 여론날조 행위이고 개성공업지구를 북남대결장으로 만들어 완전히 폐쇄해 버리려는 검은 속셈"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 개성공단 `폐쇄` 수순 밟나
지난 1차 개성회담 직후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는 "회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웠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강한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내가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데 나가라고 하는 뜻은 전혀 없었다. 북쪽에서도 개성공단을 정말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을 몇 번 밝혔다"며 "또 북쪽 기조발언문에도 그것이 나와 있다. 그래서 이것은 계속 협의를 하기 위한 하나의 제시안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19일 열리는 2차 회담이 개성공단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양 교수는 작년 12월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국방위 정책실 국장이 언급한 “공화국에서는 경제가 정치 앞에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을 상기시키며 "개성공단은 6.15선언의 상징과 같은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과 지시에 의한 것인데 이것이 지금처럼 훼손된다고 생각하면 북한은 언제든지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특히 "남북간 `체제 존중`이 6.15의 핵심 중 하나인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흡수통일`을 연상시키는 발언이 명시적으로 나왔다"며 "이런 맥락에서 북한에 개성공단을 한미간 공유된 흡수통일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16일 "우리는 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라는 문구가 담긴 `한·미 동맹을 위한 미래비전`을 채택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남측이 유 씨 문제를 분리하면서 북측을 설득해나갈 경우 회담이 어느 정도 진전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남북간에 임금협상 등에 진전이 없는 경우 (군부 등 강경파들이 힘을 받아) 개성공단 축소 및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으로 있을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실패`의 모든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며 명분 축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루 앞으로 다가온 2차 회담이 개성공단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