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같은 관심이 얼마나 오래갈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비중이나 완제품 개발 능력 때문이다.
우선, 국내 신약은 110년 제약산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14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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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물 합성을 통해 `기존에 없던 약`을 새롭게 만든 것을 `신약`이라고 한다. 천연물신약이라는 게 2개가 더 있지만, 식약청은 이 약들을 `국산 신약`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또 `개량 신약`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는 오리지널약의 일부를 개선해 만든 것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국산 신약이 아니다.
1897년 동화약품이 한국 최초로 설립된 뒤 112년이 지난 2009년 현재.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만든 국산 신약은 공식적으로는 14개, 넓게 봐도 16개가 전부다.
◇ 감당하기 벅찬 개발비와 시간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1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LG생명과학(068870)의 항균제(항생제) `팩티브`가 출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1년. 이 약이 제품화되는 데는 3000억원(외국계 제약사 GSK 개발비 포함)이라는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다.
국산신약 1호로 지정된 SK케미칼(006120)의 항암제 `선플라주`는 10년의 개발기간 동안 100억원이 들어갔으며, 가장 최근 14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일양약품(007570)의 항궤양제 `놀텍`은 20년이라는 시간과 400억원이라는 돈이 필요했다.
국산신약 중 가장 짧은 시간에 개발된 대웅제약(069620))의 이지에프 외용액(국산신약 2호)과 동화약품(000020)의 밀리칸주(국산신약 3호), SK케미칼(006120)의 엠빅스(국산신약 13호) 등의 신약들도 7~8년의 개발기간과 50억~80억원의 개발비용을 투입하고 나서야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 제품화 성공은 복권 당첨확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제품화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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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신약이 개발되기 시작해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데 성공할 확률은 통상 1만분의 1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약개발조합 관계자도 "GSK나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기간도 10~15년에 이른다"며 "최고 기술과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이들 회사들도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확률이 5000~1만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어렵사리 성공해도 수익보장 못해
어렵사리 제품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회사의 수익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다.
SK케미칼의 항암제(위암) `선플라 주`는 지난 1999년에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현재 이 약을 통해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푼도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플라 주는 위암에 대한 적응증만 인정을 받았는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곤 위암치료제의 시장이 거의 없다"며 "이 약을 글로벌 신약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른 암에 대한 적응증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 생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천억원대의 개발비가 투입돼도 수익이 미미한 경우도 있다. 3000억원(LG생명과학 500억원, GSK 2500억원)이 투입돼 탄생한 항균제 `팩티브`도 지난 한해 동안 벌어들인 돈은 12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입의 80% 이상이 수출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약의 개발이 완료된 후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도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의 농구균제 `슈도박신(국산신약 7호)`이 그 주인공. 회사 측은 "슈도박신은 한번도 판매되지 않았다는 사실 외에 그 약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회사 안에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국장은 "국내 제약사들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낮은 수익성 등 어려움속에서도 꾸준히 신약개발에 매진해 왔다"며 "그나마 14개의 국산신약이 개발된데에는 제약사들의 숨은 희생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 국장은 "한국에서 신약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지난 1990년대 초반으로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며 "열악한 환경 아래서도 제약 업계인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14개가 아니라 하나도 만들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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