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이구택과 유상부의 엇갈린 ''명암''

포스코 전·현직 회장, 한명은 유죄판결 한명은 최고 전성기
  • 등록 2007-10-11 오후 3:03:45

    수정 2007-10-11 오후 3:03:45

[노컷뉴스 제공]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이 11일 서울고법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포스코 회장에 재직중이던 지난 2001년 정치권으로부터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타이거풀스가 야구단을 인수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명목으로 계열사 등에 이 회사 주식 20만주를 시세보다 비싼 주당 3만5천원씩 70억원에 매입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날 판결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이어서 형은 최종 확정됐다.

지난 97년 3월 '박태준 사단'의 막내로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유상부 전 회장은 재임시절 포스코의 실질적인 민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외압의 희생양이 되어 결국 인생의 최대 오점을 남기게 됐다.

유상부 전 회장이 타이거 풀스 사건으로 중도 사임한뒤 포스코 사령탑을 이어받은 사람은 이구택 현 회장이다.

이구택 회장은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철강협회(IISI)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됨으로써 철강맨으로서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국제철강협회장 자리는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 관례여서 선출직 회장의 무게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명실상부하게 세계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영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구택 회장이 포스코의 최고 전문 경영인으로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이룬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아무리 순번제로 맡는 자리라 하더라도 쉽게 될수는 없었을 것이다.

포스코의 전임회장과 현직 회장의 명(明)과 암(暗)은 이렇게 갈리고 있다.

이구택회장이 2003년 3월 포스코 사장 재임당시 뜻하지 않게 회장으로 올라서게된 것은 유상부 당시 회장이 타이거풀스 사건에 연루돼 회장직을 중도사퇴하면서였다.

이구택회장은 물러난 유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형식으로 회장직을 시작했지만 탁월한 성과를 보이면서 2004년 3월 새로운 회장에 선임됐고 올 2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산업 호황에 힙입어 올들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영업이익면에서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를 앞질렀으며 주가도 삼성전자를 추월한지 오래다.

이구택회장은 신기술 개발과 사업다각화, 세계 주요 철강회사의 인수합병등을 통한 제 2의 도약을 추진하며 주가 100만원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포항제철 공채 1기로 출발해 34년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구택회장은 '관리형 CEO'란 취임 초기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저돌적인 자세로 거함 포스코를 이끌어가고 있다.

유상부 전 회장은 이른바 ‘박태준 사단’의 핵심으로 97년 DJP연합이 정권을 획득한뒤 야인에서 일거에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다.

유 전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박태준 명예회장의 후광이 절대적이었지만 회장 취임 이후에는 '보스'와 일정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며 독자 노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으로 회장직에 오른 그가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시도 자체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포스코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박태준 명예회장과의 불화는 유 전회장의 홀로서기 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유회장의 스타일로 인해 박 명예회장이 불편해 했으며 결국은 중도에 낙마하게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된 이후 법정소송 과정에서도 포스코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장직에서 이미 물러난데다 개인적인 비리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창사이후 최고의 황금기를 맞은 지금 전임 회장 유상부와 현 회장 이구택, 그들의 명(明)과 암(暗)이 너무나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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