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2001년 당시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이근영 전 감융감독위원장이 나란히 `장기증권저축` 상품에 가입한 적이 있다. 장기증권저축이 출시된 후 판매부진에 시달리자 솔선수범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두 경제수장이 선택한 상품이 얼만큼의 수익을 거둘지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진념 부총리의 경우 10월말에, 이근영 위원장의 경우 11월초 가입했는데 공교롭게 500선 부근에 있던 종합주가지수는 이후 2002년 봄까지 9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
가입한 펀드의 설정기간과 성격이 다르겠지만 나름대로 주식 재테크에 성공한 셈이다. 당시 증권저축은 현재 적립식펀드에 비하면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경제수장들을 따라 증권저축에 들었다면 쏠쏠한 수익을 거뒀을 수도 있다.
22일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이벤트(?)로 시장에 당근을 선사했다. 코스닥 주식이 편입된 주식형펀드 가운데 누구나 알만한 펀드 8개에 각각 1000만원씩 8000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떠도는 자금이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했다며 그 취지 역시 구체적으로 밝혔다.
시장대 시장 입장에서 본다면 주식시장은 아쉬울 것이 없다. 들썩거리는 부동산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가 다시 한번 표출된 만큼 외부악재로 어수선한 증시에 호재라면 호재다.
다만, 집도 없고, 주식도 없는 입장에서는 좀 다를 수 있다. "그정도 돈이면 주식을 사기보다는 일단 보태서 집을 사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모를 일이다. 강북지구를 강남수준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얘기에 해당 지구의 집값이 먼저 뛰기 시작하니 이러다 정말 집을 못사는 게 아니냐는 걱정부터 들 때다.
끄덕없는 부동산처럼 증시도 오뚜기 같다. 전날 위안화 절상에 런던 추가테러 우려 등 사방에서 포화가 쏟아졌지만 한번 휘청거린 후 보합권으로 거뜬히 올라섰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나흘째 1070선 중반의 지지력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조정을 겪어야 하는 시기에 기간조정만큼 증시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다만, 내리지 못한 만큼 오르지도 못한 증시다. 조정을 어느정도 겪고 나면 다시 위던 아래던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마냥 좋았던 증시여건에 불확실성도 일부 가미됐다. 향후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이나 테러 우려, 추가상승을 위한 모멘텀 모색, 월말에 등장하는 단골변수들도 기다리고 있다.
넘어졌다가도 잘도 일어나는 게 오뚜기지만 경사지거나 울퉁불퉁한 바닥에서는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