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 대표로 취임한 지 146일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당내 사퇴 압박이 커진 데다 국민의힘의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로 지도부도 붕괴된 영향이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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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됐고 더 이상 당 대표로 정상적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고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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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별도 질문은 받지 않고 국회의사당을 바로 빠져나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그를 배웅했고, 한 대표는 권 원내대표를 향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고 말한 뒤 차에 올라탔다.
한 대표는 차를 타고 국회를 빠져나가던 도중 지지자들을 만나 차 문을 열고 인사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저를 지키려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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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서범수·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은 한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는 한 대표를 바라보다가 “배신자들”이라고 소리치는 지지자들 한 무리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밤만 해도 한 대표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당 대표직 사퇴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뀐 건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포함해 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며 지도부가 붕괴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가 있을 때는 최고위가 해산되고 비대위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며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도 갖는다.
한편 한 대표가 직에서 물러난 후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백의종군하여 정통보수 정당의 일원으로서 악독한 이재명 패거리에 처절하게 맞서 싸우겠다”며 “오늘부로 당 사무총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