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리 연계 파생상품 대규모 평가손실…발 묶인 기관 자금

美 장단기 금리 역전에 연계 상품 대규모 평가손실
주로 국내 연기금이 투자…평균 20% 안팎 손실
원금보장 상품이지만 이자는 못받을 가능성 높아
조기상환 기대 난망에 발묶인 자금 최대 수십조
자체헤지하는 증권사도 비상…만기때 손실보전 부담
  • 등록 2022-04-05 오전 10:51:46

    수정 2022-04-05 오후 9:06:0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줄줄이 역전되면서 금리차와 연계해 발행된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대부분 국내 주요 연기금이 투자한 금융상품이라 이자 한푼 받지 못하고 발 묶인 자금이 최대 수십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장단기 금리스프레드(금리차)를 기반으로 설계된 파생금융상품(DLS·DLB)에서 평균 -20% 안팎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상품들은 장단기 국채 금리 차이가 일정 조건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5년물과 10년물, 5년물과 30년물이 줄줄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대거 손실 구간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제는 해당 상품에 투자해 발이 묶인 자금이 최소 수조원은 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금리차 기반 DLS·DLB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론적으로는 만기가 긴 채권 금리는 짧은 채권 금리보다 높다. 만기가 길면 원금 회수에 따른 리스크가 있으니 금리도 높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정책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릴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경기 진단 기준으로 삼는 2년과 10년물 금리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이 벌어졌던 지난 2019년 9월 잠깐 역전된 이후 줄곧 정상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이 시기 이후 발행된 금리차 연계 파생금융상품은 손실이 날 가능성이 낮은 안정적 상품으로 여겨졌다. 약속된 금리가 4~5%의 중금리에, 대부분 원금 보장형으로 설계된 점도 거금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손실구간이 지속되면 기관 투자자들은 대부분 원금보전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기관 관계자는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들 사이에서도 선호하는 상품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금리차에 낭패를 봤다”며 “이자 수익도 건질 것 없이 추후 원금만 보전해올 가능성이 높아 대응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금손실 가능성은 없지만 조기상환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만기까지 자금이 묶였다는 점도 문제다. 앞선 기관 관계자는 “금리차 기반 상품들은 대체로 만기가 길지만, 발행사 쪽이 높게 걸어뒀던 이자 부담 때문에 여건이 맞으면 조기상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이렇게 자금이 묶이는 경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평가손실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발행사인 증권사들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만기 시점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생긴 손실은 증권사가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관련 상품 포지션을 보유한 상태다.

외국계 IB에 헤지(위험 회피)를 맡긴 이른바 ‘백투백 헤지’를 통해 DLS를 내놓은 증권사들의 경우 리스크를 피할 수 있지만, 자체 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의 부담은 더 큰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장단기 금리 역전 문제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체 헤지를 한 증권사들은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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