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프로아이티 한달, 아직 고통받는 그들

  • 등록 2011-08-11 오후 2:55:01

    수정 2011-08-11 오후 2:55:01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코스닥업체의 유상증자 청약증거금이 도난당한 초유의 사건 말이다.

지난달 14일 국내에 유일하게 상장된 일본기업인 네프로아이티(950030)가 실시한 9억9999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는 149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홍콩계 기업인 만다린웨스트라는 곳과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고 향후 5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를 받는다는 공시를 한 터라 청약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다.

사건은 청약 직후 돌아온 주말에 터졌다. 만다린웨스트 대리인이라고 하는 박태경 씨가 청약증거금이 담긴 기업은행 계좌에서 122억원을 온라인으로 이체해 버렸다.

도난 사실은 그 뒤 금(金) 거래업체을 통해 밝혀졌다. 박씨가 이 업체에게 20억원을 선입금하고 금을 요구했는데, 이를 수상하게 여긴 업체가 회사에 연락을 한 것이다.

다행히 여기서 20억원을 돌려받았고 청약증거금에서 박씨가 인출하지 못한 27억원 등을 합쳐 60억원은 청약투자자들에게 나눠졌다.

문제는 나머지 89억원이 여전히 투자자들 손에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찰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자금세탁을 위해 7~8개의 본인 및 타인 계좌에 청약증거금을 나눠 입금했다. 이중에서 특히 G사 법인계좌에 39억원이 들어갔는데 이 회사는 박씨와 채무관계가 있다며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씨는 이미 우리은행 지점에서 12억원어치 수표를 찾아간 상황이다. 1억원짜리 11장과 50만원짜리 2장이다.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지긴 했지만 청약투자자들은 박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수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경우 추후 수표에 대한 권리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프로아이티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는 32명. 이중 30명은 가정주부다. 퇴직금을 온통 쏟아부은 사람도 있고 은행 대출을 합쳐 투자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네프로아이티가 일본기업이고 상장시 주관사가 삼성증권이었기 때문에 믿음이 갔다고 했다. 또 홍콩계 기업 인수와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를 더 키우겠다는 내용이 금융감독원 공시에 나와있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횡령사건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피같은 청약증거금을 제대로 관리못한 네프로아이티나 발뺌만 하고 있는 만다린웨스트, 주말을 이용한 대규모 예금 출금을 경계하지 않았고 확인 전화 한번 없이 거액 수표를 발행해 준 은행, 문제많은 소액공모제도를 방치한 금융당국까지, 박씨 뿐 아니라 모두가 이번 사건의 공범일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네프로아이티는 자본잠식 상태였고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복잡한 경영권 매각 구조에다 인수주체인 만다린웨스트 역시 알려진 정보가 없는 회사였음에도 투자자들이 너무 쉽게 믿었던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뼈 아픈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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