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학원비 대책` 발언 왜 나왔나

경기 나빠도 사교육비 계속 올라
`경쟁` 중시하는 정부정책도 문제
학원 세무조사 등 대규모 후속조치 있을 듯
  • 등록 2008-09-23 오후 6:47:49

    수정 2008-09-23 오후 6:47:49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학원비 실태를 조사하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다.

공교육을 살려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중장기적인 계획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련부처를 통해 학원비 실태를 조사하고 필요시에는 제제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사교육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원비가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증감에 한몫하고 있다는 목소리나 종합부동산세 기준 상향 추진 등 `부자 프렌들리`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 대한 만회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경기불황에도 사교육비는 `무풍지대`..정부 정책이 거드는 양상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당장 서민생활에 부담이 되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학원가 등 사교육 현장 실태 파악을 한 다음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보고할 것도 지시했다.

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와 상관없는 교육비가 계속해서 오르자 이 대통령이 우려를 표한 것.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도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내놓은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중 우리나라 가정에서 지출한 교육비(사교육비+공교육비)는 총 15조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7772억원에 비해 9.1% 늘어난 규모다.
 
주목할 점은 전체 가계소비지출(국내 기준) 243조9885억원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같은 기간 6.1%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0.1% 포인트 늘어난 것이지만, 경기 상황이 호조건(2007년 상반기)과 악조건(2008년 상반기)으로 극명하게 갈린 시기임을 고려하면, 올해 교육비 지출 증가세는 비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와중에 교육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과 사교육비 지출이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제중 신설, 기숙형 공립고 등 다양한 유형의 고교 설립, 고교 학교선택권제 도입, 초등1학년 영어수업 등 자율과 경쟁 위주의 정책들이 선을 보이면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비한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부자 프렌들리`라는 간판도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더 중요한 민생대책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 학원비 담합 단속 등 전방위 규제 실시..관련부처 대책마련에 부심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겠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법무부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얘기했는데, 이는 위법 사례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요즘 유수의 학원들이 현금만 받는다는데 국세청도 필요하면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대대적인 학원 조사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는 학원들의 세금 포탈과 담합행위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주목된다.
 
교과부는 대통령의 학원비 점검 지시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실태점검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우선 각 시ㆍ도교육청이 학원비 변동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려고 가동중인 `학원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시민단체, 학부모가 참여하는 지도점검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국세청도 세원 노출을 꺼려 현금으로만 수강료를 받는 일부 학원들에 대한 세원 파악을 위한 전방위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이 정착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세원은 대부분 노출됐지만 이제 남은 건 성형외과나 변호사, 일부 학원 등 여전히 음성적인 거래를 하고있는 업종들"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학원들이 고액의 학원비를 담합했다는 혐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드러나 곧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일 학원비 담합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고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도 실시했다며 조만간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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