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정유사 가격담합에 이어 카드사 수수료담합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이마트와 BC카드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수수료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객을 볼모로 한 카드사와 유통업계간 갈등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카르텔 조사는 원래의 임무`라고 핑계되면서 공정위가 민감한 사회현안에 대한 정부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 수수료 담합 전격 현장조사
공정위는 이날 20여명의 조사요원을 급파해 BC와 국민, LG카드 등 카드 3사를 비롯해 여신전문금융협회와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를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 담합 현장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허선 공정위 경쟁국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지난 7월부터 BC, 국민, LG 등 카드3사가 차례로 카드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담합의 결과물이 발견됐고, 이마트도 카드사들을 고발해 와 현장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에서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가격수준과 날짜 등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거나 의사교환을 했는지 여부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또 여전협회의 경우 담합행위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는지,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 수수료 인상에 공동대응하면서 회원사 내지는 카드사들의 영업행위를 방해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상당한 담합혐의 포착" 자신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이미 카드3사의 수수료 담합에 대한 상당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허 국장은 "카드사 수수료 담합건에 대해 지난 6월부터 와치하고 있었으며, 7월 정황을 볼 때 조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여전협회도 수수료 인상과정에서 상당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상당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허 국장은 또 "통상 카르텔 현장조사는 80%이상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실시하게 된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카르텔로 적발될 경우 관련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검찰고발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조사가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압박수단의 성격이 강해 공정위의 공언대로 담합혐의가 쉽게 확인될지는 미지수다.
◇카드사-가맹점 수수료 분쟁 `압박용`
이번 카드사 담합조사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카드사-가맹점의 수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허 국장은 "이번 현장조사는 카르텔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지 분쟁조정을 위한 개입은 아니며, 수수료 분쟁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놓고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실제로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틀 전 브리핑에서 카드사 담합조사와 관련 "혐의가 있으면 조사를 하겠지만 아직은 없는 것 같다"며 "8개 카드사가 각각 177개의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라 담합여부를 밝히기도 쉽지 않다"고 말해 담합조사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현장조사에 착수한 시점도 이마트와 BC카드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서 수수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였다. 유통업체들의 경우 뚜렷한 담합혐의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협의회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 국장은 "카르텔이 적발되면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 민감한 사회현안 해결사로 나섰나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카르텔 조사권을 빌미로 민감한 사회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에도 묘한 시점에 정유사 가격담합 조사에 착수해 의혹을 산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6일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가격담합 여부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당일 바로 현장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부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수부족 등으로 유류세를 내리는 것이 어렵게 되자 정유업계의 팔을 비틀어 유류 가격을 안정시켜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르텔 조사가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고유업무이긴 하지만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한 속담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