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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기 회복 전망과 주식시장 대세상승기 진입"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데도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등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한켠에는 "큰 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대박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증권산업부 박호식 기자가 이들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99년 주식시장은 참으로 들뜬 한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급등세는 벤처투자 열풍으로 이어지며 곳곳에서 "대박" 소식이 전해지곤 했습니다. 체크단말기를 과거로 돌려보니 코스닥지수는 지난 99년 4월14일 100포인트대에 들어선 뒤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여 연말 256.14포인트로 무려 155포인트가 올랐습니다.
2000년 4월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코스닥과 벤처시장의 거품이 불러온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막차를 탄 투자자들 가슴에 피멍이 들었지만 어쨌든 지난 99년 한해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대박의 꿈으로 들뜨게 했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여만에 증시 여기저기서 다시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주식시장에서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있는 기대감의 첨단입니다.
증시의 실세들은 증권사 법인브로커, 기관투자가, 애널리스트들 입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큰 장이 온다면 길목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중 상당수는 건설주가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키(key)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건설경기를 살려야 하고 따라서 그린벨트 해제 계속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정치성 논리까지 동원합니다. 또 다른 이는 이 논리에서 나아가 "3월부터 건설자재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건자재주에 대한 "어텐션(Attention)"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리가 꼬리를 물면서 증시 일각에서는 "모 증권사가 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이미 많이 매수했다"든지, "모 기관투자가가 건설관련주에 대한 매집에 들어갔다"든지 하는 루머성 소식들도 전해집니다. 전국 땅값추이를 매일계산기로 때려보는 브로커도 있다는 소문은 "덤"입니다.
그렇다고 이들 주장이 근거없다고 할수도 없습니다. "하나님"도 모른다는 게 증시라잖아요.
최근 서울증권과 제일투자증권이 리모델링시장의 성장성, 이와 관련된 건자재업체 전망을 분석한 것도 나름대로 이런 경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화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건설주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더 세부적이고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려는 차별화의 노력도 숨겨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 법인브로커가 "정부의 건설관련 정책의 포인트는 주택"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꿈을 꾸는 이들의 눈에는 "은행주"도 예사롭지 않은 모양입니다. 은행주. 혹자는 "정부 작전주"라고 농반진반으로 얘기합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은행구조조정을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고수익을 이끌어주고 주가를 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을 시발로 은행합병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은행들이 예금이자를 인하해 예대마진을 높이는 것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이같은 정책의도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은행주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국민은행 합병이나 신한지주회사의 제주은행 합병에 이은 2차 합병이 터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또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올해 은행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은행들의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또 다른 부실채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들은 안중에 없나 봅니다.
대박을 향한 기대감은 증시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선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겁니다.
게다가 요즘은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유혹의 강도가 더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세화하려는 듯, 이미 대부분 증권사들마저 올해 또는 내년초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대 진입을 전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대는 막연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아직은 막연하지만 올해 또는 내년 큰 장이 올 것"이라며 심신수양(?)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 건설주 또는 은행주가 대박의 꿈을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또 "큰 장"이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떠들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무얼 해야하는가 하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2년여만에 다시 기대감으로 찾게되는 증시는 벤처이름만 걸면 무작정 주가가 오르던 시장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대신에 경기 및 기업실적에 힙입어 주가도 오르는 한단계 성숙된 시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황망한 꿈만을 좇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에 분석과 노력으로 꿈을 현실화하는 투자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