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열 펄펄 끓는데"…문 닫힌 동네병원 앞 주저앉은 환자들[르포]

의대증원에 반발한 동네의원 '집단휴진'
휴진 사실 알지 못했던 환자들 헛걸음
열 39도 오른 초등생, 감기걸린 영아도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휴진병원 불매"
  • 등록 2024-06-18 오전 11:21:54

    수정 2024-06-18 오후 1:35:37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세연 박동현 수습기자] “이비인후과, 소아과 다 들렀는데 열린 곳이 한 군데도 없어요. 의사들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나선 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우두동 한 병원 입구에 휴진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지하철 이수역 인근에 위치한 ‘ㄱ’ 소아청소년과의원. 손자 이모(11)군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모(75)씨는 문 앞에 붙은 휴진 안내문을 보자마자 “나쁜 놈들”이라며 역정을 냈다. 김씨는 손자가 몸살 기운이 있어 급하게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벌써 세 번째 헛걸음하게 됐기 때문이다.

동네 의원인 1차 의료기관은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규탄하기 위해 이날 하루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집단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개별 의원으로부터 사전 공지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의원에 도착한 뒤에야 휴진 사실을 깨닫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대다수 의원들은 문 앞에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았을 뿐 휴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인테리어 공사’, ‘네트워크 공사’를 이유로 휴진한다고 붙여 놓기도 했다.

밤사이 열이 39도까지 오른 손자 한모(6)군과 함께 급히 ‘ㄱ’ 의원을 방문한 강모(65)씨도 휴진 공지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는 “의사 선생님들은 우리 사회에서 상류층인데 사람의 생명을 갖고 이러시면 안 된다”며 “다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신 것 아니냐. 그런 정신보다는 본인 수입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내방역 쪽에 다른 소아과는 문을 열렸다고 하니 그쪽으로 가봐야겠다”면서도 “거긴 또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라고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감기에 걸린 딸(11)과 함께 ‘ㄱ’ 의원을 찾은 이모(45)씨도 “갑자기 이렇게 휴진할 줄 몰랐다”고 반응했다. 이씨는 “2교시 수업 시작하기 전에 아이 학교도 빨리 보내야 하고, 저도 출근해야 한다”며 우왕좌왕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서울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의 문이 닫혀 있다. 벽에는 ‘휴진’ 공지가 붙었다.(사진=박동현 수습기자)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영등포역 인근의 ‘ㄴ’ 소아청소년과의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모차에 영아를 태운 채 의원을 방문한 양모(30)씨는 “대형병원 파업은 뉴스에서 많이 나와서 알고 있었는데 동네 병원까지 안 하는 줄은 몰랐다”며 “휴진 안내를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남아 2명과 함께 온 한모(35)씨도 “휴진 사실을 알지 못했고, 쉬는 이유조차 몰랐다”며 “아이를 등원시켜야 해서 다른 병원은 못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맘카페나 지역 카페에서는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의원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에 나서자는 여론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휴진하는 동네 병원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영원히 이용하지 말자”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휴진병원 리스트를 공유하자”, “이참에 쭈우욱 휴진하게 만들자”, “자주 가던 병원이었는데 실망스럽다”는 댓글과 반응이 이어졌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노병은 돌아온다"
  • '완벽 몸매'
  • 바이든, 아기를
  • 벤틀리의 귀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