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中신용등급 하향조정 전 “재택근무 해라”…왜?

베이징·상하이 사무소 직원들에 재택근무 지시
홍콩 직원들엔 中본토 출장 자제 권고
잇단 외국 컨설팅 기업 단속에 보복 우려한 조처
  • 등록 2023-12-08 오후 2:42:17

    수정 2023-12-08 오후 2:42: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전에 중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직원들을 구금하는 등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전에 베이징과 상하이 지사에서 근무하는 비(非)행정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 사무실 출근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는 홍콩 지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중국 본토 출장을 당분간 자제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의 직원들에 대한 재택근무 및 출장 자제 권고는 회사가 지난 5일 중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 직전에 이뤄졌다. 무디스는 6일엔 홍콩, 마카오 및 중국 국영기업과 국영 은행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소식통은 “회사가 (재택근무 등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모두가 이유를 알고 있었다”며 “(중국) 정부의 조사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사무실을 급습하거나 직원들을 강제 구금할 것에 대비한 조처였다는 설명이다.

앞서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3월 미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직원 5명을 체포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체포된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해 잠재적 범죄 혐의로 공안에 구금됐다. 민츠그룹은 사무소 급습과 별도로 7월에 승인 없이 대외 관련 통계조사를 했다는 혐의로 1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4월에는 미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가 급습을 당해 물품 압수 및 직원 심문이 이뤄졌다. 외국 컨설팅 기업을 겨냥한 잇단 단속에 미국 여론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갤럽은 지난달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1993년 첫 중국 진출 이후 30년 만이다.

미 컨설팅업체 22V리서치의 마이클 허슨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당국이 외국 실사 기업과 기타 기업을 단속했고, 이는 단순히 부정적인 논평을 넘어선 문제 때문에 이뤄진 단속”이라며 “이번에 중국 당국이 무디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 (모든 외국) 투자자와 기업들이 지켜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무디스의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무디스가 중국 경제에 대해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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