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반대했더니 좌천·보복 인사"…경찰 내부 '부글'

경찰 내부 게시판서 좌천·보복성 인사 지적
"총경 인사 기준·원칙 뭐냐…물갈이 수준"
복수직급제 도입으로 경정급 직무에 총경 배치
  • 등록 2023-02-03 오후 2:06:55

    수정 2023-02-03 오후 2:34:3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 내부에서 지난 2일 총경 457명에 대한 정기 전보 인사 발표 이후 ‘보복성 좌천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이 복수직급제 도입으로 늘어난 경정급 직무에 대거 배치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작년 7월 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경찰국 반대를 지지하는 무궁화 화분이 놓여있다.(사진=공동취재단)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는 이번 인사가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좌천 인사라고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다.

경찰관 A씨는 “총경 회의 참석자들의 발령을 보니 이번 총경 인사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이런 인사발령은 처음 본다”며 “그냥 물갈이지 이게 무슨 정기인사냐”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관 C씨도 “이건 보복성 인사”라고 단언했다. 경찰관 D씨는 “경위 이하도 특별한 사유 없이 6개월 만에 인사이동을 하지 않는데 하물며 총경 인사를 6개월 만에 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밖에 “공포로 잠시 움츠러들게 할 수는 있을 것”, “두렵고 공포스럽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경찰 내부망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이러한 지적을 쏟아낸 것은 총경 회의에 참석한 인사가 경찰 내부에서 ‘한직’으로 여겨지는 직위로 발령나서다. 총경 회의 참석은 물론 평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개혁과 관련해 소신 발언을 이어왔던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으로 이동한다.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김종관 서울 남대문서장도 경찰대학 교무과장으로 발령되면서 초대 경찰국장을 지낸 김순호 경찰대학장을 직속상관으로 두고 일하게 됐다.

특히 복수직급제가 도입되면서 각 시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43개직을 비롯한 경정급 직무에 총경급 인사 배치가 이뤄지면서 뒷말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상황팀장은 경정급 직무로 최근 승진한 총경급 인사에게 맡겨왔다”며 “그러나 이번엔 일선 경찰서장까지 지낸 인사가 상황팀장을 맡는 경우도 발생해 인사 원칙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이병우 경기 의정부경찰서장은 6개월 만에 충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아울러 총경 회의에 참석한 경찰관 다수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은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에 임명됐다. 신동연 경북경찰청 형사과장, 최용석 군위경찰서장은 각각 대구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민문기 경북 영천서장과 채경덕 봉화서장도 각각 경북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옮기게 됐다. 광주경찰청 소속 윤주현 수사과장이 광주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경기북부경찰청 김상희 홍보담당관이 충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제주경찰청 조규형 치안지도관이 제주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이동한다.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지난달 13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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