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본으로 건너가 불법적으로 거래되던 조선시대 묘지 2점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일본에 거주하는 사업가 김강원(54) 씨가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와 ‘백자철화 이성립 묘지’를 각각 의성김씨 문중과 경주이씨 문중에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 백자청화김경온묘지(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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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은 돌이나 도자기 판을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장례를 치를 때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고인을 기록하는 설명일 뿐 아니라 시대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물로 여겨진다.
백자청화 방식으로 만들어진 묘지의 주인은 김경온(1692∼1734)이다. 조선 영조 재위기인 1726년 진사시에 1등으로 합격해 건원릉 참봉(종9품 벼슬)으로 임용됐다. 김경온은 관직에 오른 뒤 곧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진다. 1755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묘지는 총 5장으로 된 구성이 완전히 남아있다. 특히 조선시대 사옹원(음식에 대한 일을 맡던 관아)에서 쓰는 사기를 만들던 분원에서 청화백자 묘지를 사적으로 구워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자철화 이성립 묘지’는 조선시대 무관으로 활동한 이성립(1595∼1662)의 묘지다. 묘지 내용에 따르면 이성립의 본관은 경주이나 그가 묻힌 장지는 평안도 철산 지역이다. 다른 묘지와 비교하면 내용이 간결한 편이나 17세기 후반 조선 변방 지역에서 활동하던 무관들의 혼맥과 장례 등 생활사를 살피는데 중요한 자료라는 평이다.
이성립 묘지는 철사 안료를 써 문양을 내는 철화 기법과 음각을 활용했다. 2장의 묘지가 분리되지 않도록 마주 포개어 묶는 데 쓴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어 제작 방식 또한 독특하다.
두 묘지의 귀환에는 일본 도쿄에서 고미술 거래업체 ‘청고당’을 운영하는 재일 한국인 김강원 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 일본의 문화재 유통 시장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묘지가 거래되는 것을 발견한 뒤 한국으로 돌려보내고자 직접 유물을 사들였고 재단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어떠한 보상이나 조건 없이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당연히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유물로 생각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백자철화이성립묘지(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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