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린 시 ‘괴물’에서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며 한 가상의 여성 문인의 피해와 경험, 가해 문인과 문단 내 분위기 등을 표현했다.
최근 이 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성폭력 행태 고발을 뜻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학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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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 시인은 “문단 대 성폭력 문제는 자신이 등단할 때부터 일상화돼 있었고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면 원고 청탁을 하지 않고 비평도 실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복수해 작가 생명이 끝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 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며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뒤에 아무런 조직도, 지원군도 없는데 어떻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