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빠 쇼핑노하우] 딸기우유가 말하지 않는 비밀

딸기과즙에 각종 당 들어 있지만, 흰우유보다 칼로리 8% 낮아
원유 대신 '환원저지방유' 사용..지방 뺀 탈지유에 물 섞어 만들어
딸기우유엔 부가가치세 10% 부담..'생산단가 인하 불가피'
잘 팔리는 바나나우유는 원유로 만들어.."제값 받고 판다" 자신감
  • 등록 2015-04-09 오전 10:55:57

    수정 2015-04-09 오후 6:26:04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딸기우유의 칼로리가 흰우유보다 더 낮다? 언뜻 생각해보면 딸기우유에는 딸기과즙과 딸기향 외에도 액상과당, 정백당, 포도당 등이 들어가 있어 흰우유보다 칼로리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울우유 딸기우유 200㎖짜리 한팩의 열량은 130㎉로, 같은 용량의 흰우유(140㎉)보다 8% 낮다. 딸기우유의 열량은 낮아진 비밀은 재료에 있다. 딸기우유는 일반 원유 대신 ‘환원저지방유’라는 걸 쓴다. 환원저지방유는 탈지분유에 물을 타 다시 우유 형태로 돌린(환원시킨) 걸 말한다.

사실 우유회사 입장에선 그냥 원유를 넣는 것보다 환원저지방유를 쓰는 게 훨씬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다. 원유에서 유지방 성분을 분리해 탈지유를 만들고 (별도로 추출한 유지방은 생크림이나 버터를 만드는 데 따로 쓴다) 탈지유를 말린 게 탈지분유다. 탈지분유에 다시 물을 부어 우유 상태인 환원저지방유로 만드니까, 제조 과정이 몇 배 복잡하다.

하지만 탈지분유는 값이 원유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유는 재료의 특성상 유통기간이 짧다. 팔리지 않은 우유는 폐기처분하거나 누군가에게 공짜로 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가루형태의 분유로 만들면 유통기간이 길어져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이나 빵, 요구르트를 만드는 재료로 팔 수 있다. 우유회사 입장에서는 가공비가 더 들더라도 원유를 버리는 것보다 탈지분유를 만드는 게 이익이다.

딸기우유의 결정적인 고충은 세금에 있다. 흰우유에는 원재료를 그대로 썼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 붙지 않지만, 딸기우유처럼 무언가 넣어서 변경시킨 ‘가공유’는 제품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커피우유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그런데 딸기우유는 흰우유와 판매가격이 같거나 더 싼 게 일반적이다. 요즘 이마트에서 팔리는 서울우유의 200㎖짜리 흰우유 3개 묶음의 가격은 2190원인데 같은 용량의 딸기우유는 1700원에 불과하다. 22%나 더 싸다. 부가가치세 10%를 고려하면 서울우유는 32%가량 더 싸게 제품을 팔고 있는 셈이다. 딸기우유의 원가를 낮추는 게 불가피했다.

재밌는 건 바나나우유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바나나우유는 환원저지방유 대신 그냥 원유에다 바나나과즙과 바나나향 등을 섞어서 만든다. 당연히 바나나우유에도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대신 바나나우유는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전략을 쓴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240㎖짜리 4개 묶음 제품의 이마트 판매 가격은 4180원이다. 100㎖당 436원꼴로, 서울우유의 일반 흰우유(100㎖당 365원)과 비교하면 19.5%가량 비싸다. 딸기우유와 비교하면 53.5% 더 높은 가격이다.

물론 딸기우유 중에서도 바나나우유처럼 원유에다 딸기시럽을 넣은 고급 제품이 있다. 이런 딸기우유도 바나나우유만큼 가격이 비싸다.

딸기우유와 바나나우유의 재료가 달라진 건 결국 판매 때문이다. 꾸준한 팔리는 바나나우유는 비싼 원유를 쓰고 부가가치세가 붙더라도 그만큼 가격을 높게 매겨 팔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반면 딸기우유의 수요는 많지 않다. 딸기우유는 바나나우유만큼 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싼 재료를 써서 흰우유보다 딸기우유의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게 불가피했다. 결국 딸기우유의 칼로리가 낮아진 건 딸기우유가 잘 안팔리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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