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단풍이 막 들기 시작했는데 주민들은 24일부터 10월말까지가 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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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지나 섬강을 잇는 다리를 두 개 건너면 ‘등산로 입구’란 표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적당한 잡목들이 섞여있는 산의 초입은 그리 가파르지 않다. 산길을 올라서다 보면 새소리보다는 덜컹거리는 열차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15~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오가는 모양이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철로는 중앙선.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영주로 이어지는 열차다. 간현역에서 서는 열차는 7개에 불과하지만 화물차도 있어서인지 중앙선을 오가는 차량은 꽤 많았다.
등산로 초입만 보면 산은 완만해보인다. 하지만 하산로 쪽은 매우 가파르다. 또 강쪽은 깎아지른 벼랑이어서 산이 힘차게 솟구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설 수 있지만 제법 아찔한 산인 것이다.
주말에는 산행객도 있지만 평일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정상 즈음에서 반대편 산길로 온 탐방객 딱 한 명을 만났을 뿐이다. 정상은 밋밋했다. 마치 마을 뒷산 같은 분위기다. 숲이 우거져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한쪽에 정자와 벤치 몇 개 놓여있었다. 또 하산길 옆으로 고압선 철탑도 서있었다.
여기서 잠시 실망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탁 트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탐방객을 기쁘게 한다.
하산길은 주의해야 한다. 절벽 계단길이 가파르다. 각도가 60~70도 정도는 돼 보인다. 사다리 같다. 밑에서 내려다보기도 아찔하고, 올려다보기도 까마득한 그런 철계단이다. 완주 대둔산 철계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철계단 서너개가 이어졌고, 모두 합하면 404계단이라고 한다. 만약 이 철계단을 통해 올랐다면 고생깨나 했을 게 분명하다. 어찌됐든 여기서 바라본 풍광이 가장 좋다. 철계단길에선 섬강 줄기가 휘돌아가는 것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한국의 산세를 요약하는 말로 강은 산을 뚫지 못하고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두 눈으로 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위 절벽에 부딪힌 산은 벼랑에 막혀 굽어 흐를 수밖에 없다. 산과 강이 서로를 껴안듯 S자로 휘돌아간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음직한 영월 동강 줄기와 닮았다고 보면 된다. 강 꼬리가 사라져보이지 않을 즈음 산너머로는 문막의 들판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원주는 몰라도 문막은 안다고 했을 정도로 문막은 넓은 들이었다고 했다. 산에서는 광활한 모습을 다 볼 수는 없고 귀퉁이와 읍내만 볼 수 있다.
소금산의 높이는 고작 343m다. 하지만 1000m 이상의 고산준령에 온 듯하다. 산행은 2시간30분 만에 끝났다. 산행도 하고, 강변에 앉아 쉴 수도 있는 딱 그런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문막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간현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간현국민관광지만 따라가면 된다. 청량리역에서 강릉과 안동 제천 방향으로 가는 무궁화호 중 7편이 간현역에 선다. 오전 7시,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7시, 오후 10시, 오후 10시40분 출발한다. 1시간30분에서 1시간45분 정도 걸린다. 간현역에서 간현관광지까지는 도보로 10~15분. 청량리로 돌아가는 기차 역시 7편인데 오후에는 1시57분, 5시55분, 마지막 차는 오후 7시8분이다. www.korail.com
*간현국민관광지는 요즘은 비수기라 주차요금만 내면 된다. 2000원. (033)731-4088
*11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는 산불방지기간이다. 원주시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있어 엄격하게 통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 관리사무소에서 신고하고 가면 입산을 허가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주차 관리사무소에선 “담배는 절대 피워서는 안된다”고 했다.
*샘이 없으니 물을 준비하고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첫번째 다리를 건너 왼쪽에 등산로임을 알리는 리본이 붙어있는 데 이 길은 소금산길이 아니다. 다시 다리를 건너 상가지구를 지나면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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