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구제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패닉상태에 몰렸던 월가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임엔 분명하다. 저승 문턱에서 살아나온 AIG는 이제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 정부 빚을 갚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 AIG, 자산매각으로 빚 갚을 것
AIG는 이날 정부의 지원책이 결정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연방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대출금을 상환하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AIG가 정부 대출금 상황에 자신감을 피력한 것은 자회사 매각이 수월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NN머니는 자회사들의 수익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도 좋아 원매자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항공 리스 사업부인 ILFC에 대한 관심이 높다. ILFC는 GE 커머셜 에비에이션 서비스에 이어 업계 2위 업체로, 모회사의 위기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6억2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ILFC의 창립자이자 사장인 스티븐 어드바르-헤지가 AIG로부터 ILFC를 되사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롭 하인즈 크레디사이츠 연구원은 "항공산업의 전략적 매수자보다는 사모펀드 쪽에서 매수자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사업부의 경우 전략적 인수합병 대상을 모색중인 올스테이트에 눈이 간다. 특히 AIG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에드워드 리드가 올스테이트의 CEO를 엮임한 바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밖에 독일 재보험사인 뮌헨리가 AIG 일부 사업부 매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 사모펀드인 J.C.플라워스 앤 코와 함께 AIG 사업부 매입에 나섰다가 거부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 `정부 구제 기준이 없다`..비판 거세
AIG에게 남겨진 과제가 다소 수월해 보이는데 반해 구제의 손길을 뻗은 정부의 입장은 점점 더 난처해지고 있다. 확실한 기준없이 `구제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데다, 향후 구제를 요구하는 기업들을 거부할 명목도 없기 때문이다.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노리엘 로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에서 이익은 개인들에 의해 독점되고 손실은 공유되는 시스템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채무자를 보호하고 주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제책 남발로 인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빠져나간 증시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융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AIG 구제가 정부의 구제금융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메세지로 해석된다면 모두들 주식을 던지고 채권을 살 것"이라며 "이것은 일종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 등 미 정부가 기업 구제의 기준과 시점, 규모 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를 얻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동차 빅3와 항공업계 등이 잇따라 정부의 구제를 요청할 것이고, 정부로서는 이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는 `무엇이 시스템적 위기이고 아닌지에 대한 명백한 구분`을 제공해야 한다"며 "연준이 최근 시행한 구제조치 등 AIG 구제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대책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