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당국이 정말 바뀌었나 반신반의하던 시장 참여자들도 이제는 스탠스 변화를 확신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당국이 1050원선을 용인한게 아니라 이제 막을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높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수급상 달러 우위는 변함이 없고, 이제 연중 최고치까지 넘어선 만큼 앞으로 1100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050원선, 당국 부재中
21일 달러-원 환율은 1054.9원으로 지난 2005년 10월25일 1055.0원으로 마감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전일 10억~15억달러 규모의 달러를 매도해 1050원선을 막아냈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개입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당국 경계감에 하락출발한 환율이 개장 30분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1050원선을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구두개입이나 실개입에 나서지 않자 환율은 마감시간에 가까워질 수록 상승폭을 확대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수출업체가 달러 매도를 하긴 했지만 워낙 사는 곳이 많아서 바로 바로 소화됐다"며 "정유사, 투신사, 역외 할 것 없이 모두 샀고 당국 개입에 기대 숏 포지션을 잡았던 곳에서도 장 후반 숏커버에 나섰다"고 말했다.
◇ 용인인가 실탄 소진인가
이날 외환당국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자 당국의 스탠스가 바뀌었다는 분석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국이 환율 안정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달러 매도 여력이 부족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라는 것.
이미 상당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소진한 데다 `9월 위기설`이 자꾸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을 가능한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이 용인한 것이 아니라 실탄이 떨어져 개입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개입 명분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열린 시간에 달러는 유로와 엔에 대해 약세를 보였지만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유로에 대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삼성선물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장중 전고점 부근에서 한번 더 개입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나와도 속도조절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 거센 실수요..`1100원 간다` 분위기
앞으로 환율이 11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개입의지나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가운데 달러 수요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반면 공급쪽은 공백상태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이 장중 전고점을 뚫고 올라가면 키코(KIKO) 등 통화옵션과 관련된 매수세도 가세할 게 뻔하다.
그러나 달러를 공급해줘야할 수출업체들은 달러 매도 시점을 가급적 늦추고 있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것이다. 시점을 조절하는 것도 있지만 주요 선물환 매도 주체였던 중공업체의 경우 최근 수주 부진으로 달러를 팔 여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변수를 찾기 힘들다"며 "글로벌 경기까지 둔화되면서 수출도 좋지 않을 것이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지도 않을 듯 해서 원화에는 호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일단 전고점을 돌파했으니 내일 장중 전고점인 1057원까지 넘어선다면 저항선은 1차 1063원, 2차 108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일단 당국의 스탠스가 변한 만큼 11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에 베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