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정부가 선한 뜻에서 일을 벌일 때는 가장 큰 경계심을 갖고 자유를 지켜야 한다.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바가 이것이다. 자유롭게 살도록 태어난 인간은 사악한 심성의 지배자가 자유를 침해하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배격한다. 자유에 대한 더 큰 위험은 열정적 인간, 좋은 뜻을 가졌으나 (그들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은밀한 침해 속에 숨어 있다" 20세기초 미국의 대법관으로서 명성을 떨친 브랜다이스의 말이다.
건강할 때에는 약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 치유력이 있어 며칠 쉬면 거뜬해지지만 저항력이 약해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적절히 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도를 넘어 약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생긴다.
규제는 약과 닮은 꼴이다. 질서가 잡히고 편안한 세상, 위험이 적고 안전한 세상, 깨끗한 환경을 누리는 세상,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 약자를 돕고 보호해주는 세상. 규제는 이처럼 누구나 바라는 사회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도 늘 선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공익 확대를 위해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고 의무를 부과하지만 정책은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는 실패하기 쉽다.
새책 `규제의 역설`은 규제 만능주의에 침몰된 우리 사회가 세세한 규제개혁을 논의하기에 앞서 규제의 역설을 이해하고 규제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규제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과도한 사회 비용,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불합리한 규제 등을 짚어본다.
▲비정규직이 외면하는 비정규보호 법안 ▲서민 신용을 가로막는 이자율 제한법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통신요금 규제 ▲장기 기증을 어렵게 만드는 장기이식법 ▲문화재를 파괴하는 문화재보호법 ▲소비자에게 불리한 인터넷 서점 규제 ▲주변 지역 환경 악화를 낳은 그린벨트 규제 등 여러 현안을 사례로 들어 다소 전문적인 주제를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책은 아울러 규제의 원인과 관성을 심층적으로 진단, 규제가 목표로 하는 공익을 현실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김영평·최병선·신도철 外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