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 이민법안을 밀어 붙이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국가 안보위협과 사회 범죄 증가라는 정치적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의 유입에 따른 미국민의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불법 이민자들이 갉아 먹는 각종 사회보장 비용을 줄여 연방 예산 부담을 낮추겠다는 경제적인 계산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쉽게 풀릴 턱이 없는 정치 문제는 그렇다 치고, 경제 문제도 파고 들어가면 생각처럼 계산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1100만~12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 가운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려 75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 없이 미국 경제가 지탱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불법 이민자들은 일반 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면서 물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소비진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비를 통해 경제가 굴러 간다는 미국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힘입니다. 미국 전체 근로인력의 5%를 차지하는 불법 이민 근로자들은 특히 `3D 업종`에 몰려 있어 이들 업종에서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불법 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면 당장 청소, 운송, 의류, 농업 부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법이 시행되는 동안 일부 농작물의 수확이 안되고, 호텔은 청소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게노 경영대학원의 테리 코넬리 학장은 이민 노동자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복합적(intricat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옷감에서 실을 뽑으면서도 어디가 약해졌는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새 이민법안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섣불리 추진했다간 의외의 부작용에 시름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불법 이민자만 내쫓으면 미국인들의 실업률이 낮아질까요?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코노미닷컴의 잔디는 기업들이 불법이민자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미국인을 고용하는 대신 업무 자동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민들도 그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의 설문조사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대부분 미국인들이 원치 않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전체의 3분의 2나 됐습니다. 즉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단, 원치않는 일을 싼 값에 대신해주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거지요.
불법 이민도 결국 시장경제의 논리로 보자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면서, 노동력이 국경을 넘어 자연스럽게 이동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담을 높게 쌓고, 단속을 철저히 해도 이런 이동을 막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어쨌든 불법이민자들을 무조건 `사회악`이나 `필요악`으로 규정 짓고 내쫓는 것은 이념적으로 `폭압성`이 짙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도 실리를 얻을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진보센터(CAP)에 따르면 미국이 1200만명의 불법 체류자를 단속 및 추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향후 5년간 2150억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라크 전쟁에 수천억달러를 퍼붓고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미국이 이번에도 엄청난 돈을 들여 `불법이민과의 전쟁`에 나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