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이라크 D-6

  • 등록 2005-01-24 오후 5:01:01

    수정 2005-01-24 오후 5:01:01

[edaily 조용만기자]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라크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을 유난히 강조했지만 이번 총선이 자유확산의 시금석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제부 조용만 기자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이라크 전쟁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부담만을 남길 것 같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은 이번 총선을 이라크 국민의 정치적 해방으로 보고 있지만 이라크내 일부 세력의 시각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이라는 외부 침략세력 또는 이교도 집단이 신의 율법이 아닌 자기들만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지배권력을 교체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의 극단적 시각은 무장단체 지도자 알-자르카위가 최근 공개한 육성테이프에서 잘 드러나 있습니다. 자르카위는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사악한 원칙과, 민주주의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이들에 대해 처절한 전쟁(fierce war)을 선언한다"며 총선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이라크는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한 수니 무슬림이 과거 수십년간 지배권력을 행사해왔습니다.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시아 무슬림과 쿠르드 소수민족은 과거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지만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 됩니다. 자르카위는 다수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통치방식이 신의 율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르카위는 이라크 총선에 나선 후보들을 반우상(demi-idols)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을 이교도(infidel)로 지목했습니다. 총선에 나선 후보나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처단해야 할 대상인 것입니다. 자르카위의 주장에는 또 다른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겠지만 이라크내 정치적 상황이 이같은 논리에 상당부분 근거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듭니다. 지난달 15일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뒤 잇달아 전해지는 테러와 인명살상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로 다반사가 됐습니다. 시아파 사원과 정부 관리, 총선 후보들은 늘 테러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자르카위의 전면전 선포로 총선을 치러야 할 이라크 국민 대부분도 잠재적 테러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비상계엄을 연장하고 선거 하루 전부터 국경지역과 공항을 폐쇄, 차량이동을 금지하는 등 총선을 겨냥한 테러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도 병력을 13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증원, 치안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총선이 안전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믿는 이라크 국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총선에 대한 전면전 위협까지 가세하면서 바그다드에는 유세용 현수막이나 대중연설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합니다. 투표소의 위치는 물론 입후보자들의 이름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데요. 이같은 총선의 결과가 이라크의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를 발전시키기보다는 퇴보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라크 파견 미군을 본국으로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 상황대로라면 이같은 기대도 무산될 공산이 큽니다. 총선 이후 이라크내 갈등은 종교적 내전 수준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라크 문제는 집권 2기를 출범시킨 부시 대통령에게는 지속적인 부담요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안전해졌다는 응답은 24%에 그친 반면 45%는 더욱 위험해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극히 낮은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겠죠. 국민들은 집권 2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라크 전쟁`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을 힘주어 외쳤습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자유가 성공해야 미국의 자유도 지켜질 수 있다"면서 "미국의 평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의 자유 확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평화의 전제조건인 자유의 확산이 이라크에서는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 내부의 종교적 갈등도 가세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전쟁은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졌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이라크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려는 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내건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알 카에다와의 연계가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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