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은 암이나 뇌혈관질환처럼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노년층에서는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통한다. 2020년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국내 인구 10만 명당 43.3명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암(160.1명), 심장질환(63.0명)에 이어 사망 원인 3위다. 뇌혈관질환(42.6명)보다 많다. 2019년 45.1명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08년 11.1명과 비교하면 12년간 4배 가까이 늘었다. 암이나 뇌혈관질환 환자도 마지막에는 폐렴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김경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학의 발달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폐렴이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폐렴 예방을 위해서는 폐렴구균 예방백신 접종과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폐렴, 노년층에 특히 치명적… 국내 사망 원인 3위
11월 12일은 세계 폐렴의 날(World Pneumonia Day)이다. 폐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고 폐렴 치료를 위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아동폐렴글로벌연합이 2009년 제정했다. 아동폐렴글로벌연합은 전 세계 140개 이상의 비정부기관(NGO), 사회기관, 학교, 정부기관이 모여 설립된 단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머잖았다. 실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0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30년 1만 명을, 2040년에는 2만 명을 각각 넘기고 2060년에는 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많게는 2060년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수는 행복할 수 없는 법. 폐렴은 특히 노년층에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진다.
◇임산부나 소아도 고위험군… 절반 이상 입원 치료 필요
폐렴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노년층은 폐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져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폐렴에 의한 사망자 중 90% 정도가 65세 이상 노년층으로 알려진다. 특히 고위험군인 임산부나 노인·소아의 경우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는다.
김경훈 교수는 “폐렴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입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폐렴의 중증도나 사망 위험도를 고려해 입원 또는 외래치료 여부를 적절하게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이 된다. 폐렴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약 75%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 예방백신 접종하면 약 75% 예방 효과
국내에서 접종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90여 종류의 원인균 중에서 폐렴을 가장 잘 일으키는 23개 폐렴구균 항원을 가지고 있다. 65세 이상은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일생에 한 번만 접종받으면 된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이 권고된다.
김경훈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75%, 당뇨병·심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는 65~84%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호흡기가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흡연자나 만성질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65세 이상 노인과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도 전염 가능성을 고려해 예방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