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와 중성자로부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보호할 ‘블랑켓 차폐블록’의 첫 완성품이 국내에서 제작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ITER 건설을 위해 한국이 담당하는 핵심품목 중 하나인 블랑켓 차폐블록의 초도품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블랑켓 차페블록 초도품.<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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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블랑켓 차폐블록’은 초고온 플라즈마와 핵융합 반응의 결과물인 중성자로부터 ITER 주요장치를 보호할 차폐 구조물이다. 플라즈마가 만들어지는 진공용기 내벽을 둘러싸도록 연결하고 설치한다. ITER에는 총 440개의 블랑켓 차폐블록이 설치되며, 한국은 이 중 220개를 조달한다.
한국은 ITER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블랑켓 차폐블록 제작에 필요한 설계, 제작, 시험 등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적 이슈를 해결하고, 양산시스템을 구축했다.국내 연구진들은 블랑켓 차폐블록을 제작하기 위해 ITER에서 선정한 특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개발하고, 차폐블록의 안쪽은 플라즈마 형상을 고려했다. 바깥쪽은 진공용기에 밀착하도록 모든 코일과 배관을 고려해 복잡한 형상의 제작 설계를 완성했다.
제작 단계에서는 대형의 난삭(難削) 재료를 복잡한 형상으로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높이 1m, 폭 1.4m, 두께 0.4m 정도의 차폐블록 하나에 220회 가량의 드릴링(drilling)으로 냉각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팀은 원활한 냉각수의 흐름을 위해 단 한 번의 드릴링만으로 1.4m 길이의 홀(hole)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관통시켰다. 국내 산업체와 협력해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최적 가공법을 찾아낸 것이다.
블랑켓 차폐블록은 모든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하도록 개발한 비파괴검사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초대형 고온헬륨누설시험 설비를 이용해 실제 ITER 운전 환경과 유사한 고온, 고진공 조건에서 성능 시험도 맞췄다.
ITER한국사업단은 블랑켓 차폐블록 개발을 위해 국내 산업체인 이엠코리아, 비츠로테크와 협력했다. 오는 2025년까지 한국이 담당한 220개의 차폐 블록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은 “국내 산업체와 협력해 여러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끝에 ITER 블랑켓 차폐블록을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ITER 조달품 개발을 통해 미래 핵융합 상용화 기술 확보와 국내 산업체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