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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통화정책 휴지기에 들어선데다,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자 금통위도 ‘관망세’에 들어선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4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본지가 앞서 금융·경제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원이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 유럽의 브랙시트,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 및 투자감소로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기 여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강력한 억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2019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금통위 회의에서도 주택 매매가격은 “대체로 안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는 표현을 나왔다.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됐고, 부동산 가격 급등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할 필요는 줄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도 한은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여유를 줬다. 미국 연준에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가 내려앉으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은 최근 전미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년여 만에 최대 폭 급락하는 등 경제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연초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관찰하겠다”고 밝히며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문제는 둔화하는 경제 성장률이다. 이에 시장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완화적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와 수출,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7.7%, -8.8%였다. 각각 5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본지 조사에서 12명 중 10명은 금통위가 올해안에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이들 중 5명은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중 빠른 속도고 경기가 나빠지면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횟수가 예상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 내수 및 수출 경기 침체 속도가 빠르다”며 “상반기까지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고, 하반기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인하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