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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이후 러시아와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신(新)냉전 시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보복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양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상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12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주목된다.
비난·설전 속 ‘살얼음판’ 걷는 미-러 관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8일(현지시간) 시리아 공습 이후 이틀 만에 처음으로 틸러슨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이 전세계 안보에 위협을 불러 일으키며 테러 게임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군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국제법 규정을 위반한 주권국에 대한 침공이라며 비난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 간 군사 충돌로 몰아 넣고 있다”면서 “트럼프 내각 출범 이후 관계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도 사라졌다”며 거들었다.
이란과 러시아를 제외한 서방국가들은 미국을 지지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항의표시로 오는 10일로 예정된 러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그는 틸러슨 장관과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으며, 주요7개국(G7) 회담에서 국제사회의 의견이 모아진 뒤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함께 계획을 세운 서방 국가들이 멋대로 계획을 바꾸고 나서 터무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서 러시아 추정 ‘폭격’ …軍충돌 우려 확대
틸러슨 장관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CBS 방송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데 대해 러시아가 보복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번 미국의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 군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었으며 시리아 주둔 미군의 최우선 목표는 여전히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들”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이를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11~12일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에 러시아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틸러슨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리아 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