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장비업체인 B사는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위기로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체결하려던 대규모 부품 수입 계약을 미뤄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결국 부품 수입을 미루고 공장라인 증설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입 감소, 투자 위축) 경영학을 공부하는 C씨는 최근 미국 유학을 포기했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 여름에 비해 100원이나 치솟아 예상보다 유학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이미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형의 뒷바라지도 빠듯해하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더 줄 수 없었다. (서비스수지 개선) 수출이 줄었다. 수입은 더 줄었다. 그 덕에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업과 가계의 경제 활동은 얼어붙고 있다.
◇나빠지는 경상수지 흑자의 질(質)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달 경상수지는 42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흑자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자본재 수입이 2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지난 달 자본재 수입은 115억달러로 전년동월보다 3.9% 감소했다. 지난 2009년 10월 -13.2%를 끝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던 자본재 수입이 꺾인 것이다. 정보통신기기가 12.9% 줄었고 반도체도 3.6% 감소했다. 수송장비의 경우 21.6%나 축소되는 등 품목별로 일제히 마이너스 전환했다.
서비스수지 역시 표면적인 수치는 양호하다. 리먼사태 이후 처음으로 두 달째 흑자다. 9월과 지난 달 각각 7000만달러, 260만달러 흑자로 거의 균형수준에 가깝지만 , 만성적인 적자행진에서 연속적으로 벗어난 모습이다. 그렇다해도 서비스수지 중 건설수주와 연계된 건설서비스 흑자는 3억달러 축소됐다.
◇ 한은, `불황형 흑자` 단언할 수 없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적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출이 기조적으로 감소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로 제시했다. 한은은 아직 수출이 견조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달 수출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도 두 자리 숫자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의 경우에는 계절적 요인이 있다는 논거를 댔다. 수입규모에 대한 계절지수를 보면 9월 100.9, 10월 99.4, 11월 105, 12월 105.9다. 10월은 기준치 100을 밑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입 둔화의 경우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환율변동성이 커진데 따른 투자 지연 등의 이유가 있다"면서 "수출이 견조한 상황에서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