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난립에 따른 지지도 열세로 고전하고 있는 친노진영 대권후보들간의 ‘후보 단일화론’이 마침내 수면위로 부상했다. 손학규 전 지사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친노 후부간 단일화 논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3자 후보단일화라도 하자“
총대는 한명숙 전 총리가 짊어졌다. 한 전 총리는 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해찬 후보와 유시민 의원에게 3자간 후보단일화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후보단일화의 이유로는 평화개혁세력의 정통성 있는 단일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부패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명한 개혁세력에서 맞주자가 나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친노 진영의 난립구도는 결코 득될게 없다는 것.
한 전 총리는 “우리가 상호간 경쟁으로 서로를 갉아먹고 힘을 분산, 약화시켜서는 대선 승리의 불씨를 살려낼 수 없다”며 “지금 당장은 3자간이지만 이 제의에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예비후보들이 있다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혀 다른 후보들도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 전 총리의 후보단일화 제안은 범여권내 반 손학규 연대의 시발로 비쳐진다. 한 부총리는 이를 반영하듯 현재 범여권 후보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를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망쳐 나온 패잔병”이라며 “필패 카드”로 일축했다.
한 전 총리는 “경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평가를 받기 보다는 세에 밀려 한나라당을 탈당한 경우로 정당정치의 정통성을 잃은 것”이라며 “이렇게 정통성을 상실한 사람이 어떻게 민주개혁 진영 지지자들의 폭발적인 힘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또 “지금 손학규 전 지사 지지자 중에는 한나라당 지지세력이 절반 정도 들어 있다고 본다”며 “나중에 민주노동당의 지지도 이끌어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 전 지사는 범 여권의 적절한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했다.
◇ 이해찬 ‘지지’ - 유시민 ‘유보’
후보단일화 요구에 대한 범여권 후보들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적어도 후보단일화의 절박성 만큼은 공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놓고는 주자들간 미묘한 입장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일단 이해찬 후보측은 적극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 전총리 대변인인 양승조 의원은 “국민경선을 잘 치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통성 있는 평화민주개혁세력이 당선될 수 있는 후보단일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측은 “비슷한 정책과 노선을 가진 여러 후보들이 있는만큼 견해를 명확히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동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상태다.
'빅2'로 집약된 한나라당과 달리 후보 난립으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범여권 대선주자 판도에 과연 후보단일화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