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녹취록에 담긴 '전기차 화재' 당시 상황...200건 쏟아져

  • 등록 2024-08-09 오후 1:22:17

    수정 2024-08-09 오후 1:34:3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당시 불안에 떨었던 입주민들의 긴박했던 상황이 119 신고 전화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국회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인천 전기차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첫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쯤이다.

최초 신고자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너무 크게 났다”고 다급하게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인천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는 “혹시 전기차냐”고 상황을 파악한 뒤 “맞다”는 답변을 듣자 “사람들 좀 대피시켜 달라”고 현장 안내를 한 뒤 출동 지령을 내렸다.

첫 신고 후 당일 오전 9시 29분까지 3시간여 동안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걸려 온 전화는 모두 220건으로 파악됐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평일 오전, 지하 주차장에서 난 큰 불은 쉴새 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댔고 이는 아파트 고층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한 입주민은 119에 전화를 걸어 “폐 수술한 환자가 있는데 연기가 자꾸 집에 찬다”며 “빨리 좀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젖은 수건으로 (출입문을) 막아놨는데도 지금 집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며 “아이 둘과 함께 있는데 현관문이 까맣게 다 그을렸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고 도움의 손길을 바랐다.

지하 주차장 내부에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릴 정도로 화마가 크게 번진 탓에 메케한 냄새로 아파트 20층 이상에서도 구조 요청이 속출했다.

아파트 23층에서는 “아기랑 셋이 있는데 지금 화재경보기가 너무 울린다”며 “불도 다 꺼지고 엘리베이터도 못 타는데 연기가 계단에 자욱하다”며 긴박한 도움을 청했다. 28층에서도 “아이들 2명과 함께 있는데 냄새가 올라오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녹취록에는 새벽 일찍 집에 아내와 아기만 남겨두고 출근한 남편, 자녀들만 집에 남겨둔 부모 등이 가족이 걱정돼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주민들이 정확한 화재 진화 상황을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녹음됐다. 한 임신부는 “방금 소방관 아저씨가 벨을 눌렀는데 문을 못 열어드렸다”며 “지금 대피해야 하는 상황인 거냐”고 물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한편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핵심 밸브가 임의로 조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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