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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CNN방송 주최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첫 TV 대선 토론을 갖고 경제 문제를 가장 먼저 다뤘다. 진행자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먼저 화두로 꺼냈기 때문이다. 미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정책임을 시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자유낙하하는 경제를 넘겨줬다. 트럼프 집권 하에 미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된 상태였다. 실업률은 높았고 일자리가 없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취임하자마자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미 경제는 여전히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집값이 임치 초기보다 크게 뛰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발생한 인플레이션 급등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부자만을 위한 감세 정책을 펼쳤다. 2조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부자 감세”라고 지적한 뒤 “기업들의 탐욕으로 물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팬데믹 전 나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일궈냈다. 미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며 미 경제의 자유낙하가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바이든이 만들어넨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 내가 집권할 때는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았다”며 “주가도 크게 올랐지만 아무도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이 창출한 일자리는 팬데믹에 따른 반등으로 회복된 것”이라며 “전부 불법 이민자의 일자리 또는 해외에 있는 일자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이 일으킨 인플레이션, 그리고 불법 이민자들이 흑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면서 흑인 가정이 파탄났다.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임기 중에 흑인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흑인 지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인 실업률은 지난해 4월 4.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난달 6.1%로 상승했다. 지난달 미 전체 실업률 4%를 크게 웃돈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와 관련해서도 충돌했다. 미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회보장 신탁 기금은 203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사회보장 혜택을 받은 미국인은 약 6700만명이다. 노인과 장애인 667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는 시간적으로 1년 더 여유가 있지만 이 역시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CNN은 짚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며 “남부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들이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와 같은 프로그램에 막대한 지출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 우리 시민들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미국의 복지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 예산이 바닥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서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잘못 관리돼 줄줄 새고 있다면서 혜택 삭감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 없이 토론을 시작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