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남성들이 다리와 엉덩이에 총상을 입은 것과는 달리 여성들은 가슴과 성기에 총상을 입었다.”
|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사진=AFP·뉴스1) |
|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이후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비밀리에 시위대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이란 보안군의 여성혐오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부상을 당한 이란 시위대를 치료하는 의료진 10명을 인터뷰하며 희생자들 몸에 수십 개의 총탄이 박혀있는 사진을 가디언에 제공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출신의 한 의사는 “보안군이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싶었기 때문에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여성에게 총상을 입힌 것”이라며 자신이 치료한 20대 초반의 여성은 성기에 2발, 허벅지 안쪽에 10발의 총상 입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여성 혐오적 정치 성향을 고려할 때 이런 끔찍한 성차별적 폭력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의사들은 이란의 군경이 시위대의 중요한 장기를 피해 발이나 다리를 사격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헤란의 한 외과 전문의는 시위가 막 시작된 지난 9월 16일 시위 현장을 지나가다가 얼굴에 총을 맞은 25세의 부상자를 치료한 사례를 전하며 “파편이 그의 눈과 머리, 얼굴에 박혀 있었다. 양쪽 두 눈이 거의 실명해 빛과 밝기만 감지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이란 당국은 안과 관련 부상자가 많아지자 병원 감시를 강화했다. 파르스주 시라즈에 있는 한 병원 의사는 “지난달 말 새로운 경비원이 안과 응급실 밖에 배치됐는데, 드나드는 사람을 통제했고 매번 신분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