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애플이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인 ‘애플 페이 레이터’를 금융기업의 대출 및 신용평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IT 기업인 애플이 본격적으로 금융 분야에 뛰어든 중요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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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정부 대출 라이센스를 획득한 자회사 애플 파이낸싱에 애플 페이 레이터 사업을 맡겨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애플이 직접 대출, 리스크 관리, 신용 평가 등 금융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는 첫 번째 사례다.
애플은 애플 카드라는 신용카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고객 신용평가 등 핵심 업무는 골드만삭스에 외주를 맡겨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컴퓨터 판매로 시작한 (IT 기업인) 애플에 중요한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지난 1분기 기준, 약 2000억달러(약 251조94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및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애플 페이 레이터 서비스 관련 재원으로 이 돈을 쓰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고객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과거 신용 내역을 분석해 애플 페이 레이터를 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이 핀테크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브레이크아웃’(Breakout)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가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애플은 금융사기를 적발하고, 맞춤형 대출 이자율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 중이다.
애플의 금융서비스 진출은 수익 창출 뿐 아니라 아이폰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이폰 전용 서비스를 늘림으로써 사용자들을 아이폰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금융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도 “회사가 더 빨리 아이폰 관련 서비스를 만들고 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 6일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애플 페이를 이용한 상품 구매 시 대금을 6주에 걸쳐 4회 분납할 수 있는 애플 페이 레이터를 발표했다. 미국 소매업체의 85%가 애플 페이를 사용하고 있어 애플 페이 레이터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